ADVERTISEMENT

헬멧 녹아내리는 불길 뚫고 3세 아이 구조한 소방관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뜨거운 화염에 녹아내린 소방대원의 헬멧.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뜨거운 화염에 녹아내린 소방대원의 헬멧.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화재 현장에선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무사해 정말 다행입니다.”

구조된 3세 아이 다행히 의식 회복해 #소방관 얼굴에 2도 화상입고 치료받아

119소방대원이 헬멧이 녹아내리는 뜨거운 불길을 뚫고 들어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3세 아이를 구조했다.

29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28일 오후 5시18분쯤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한 빌라 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홍천소방서 진압대원과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거실과 베란다를 화염이 뒤덮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집에 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대원들은 곧바로 인명구조 2개 조 4명, 화재진압 1개 조 2명으로 팀을 나눴다. 구조팀 김인수 소방위와 김덕성 소방교는 진압 팀의 엄호 속에 화재 현장으로 진입했고, 이불 위에 쓰러져 있는 아이를 발견해 보조 마스크로 산소를 공급한 뒤 곧바로 탈출했다.

 지난 28일 오후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한 빌라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대원들. 왼쪽부터 김덕성 소방교, 박종민 소방교, 김인수 소방위, 이동현 소방교. [사진 홍천소방서]

지난 28일 오후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한 빌라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대원들. 왼쪽부터 김덕성 소방교, 박종민 소방교, 김인수 소방위, 이동현 소방교. [사진 홍천소방서]

구조 당시 아이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호흡은 있는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송 과정에서 아이는 경련과 구토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여소연 구급대원은 의식확보를 위해 산소투여, 심전도 검사, 기도 내 흡인을 하며 쇼크에 대비해 자동제세동기(AED) 패치 준비했다. 다행히 응급처치를 마친 아이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의식을 회복했다.

당시 아이 구조 과정에서 화재진압과 구조대원 엄호를 맡았던 박동천 소방장은 안전 장구를 착용했음에도 왼쪽 뺨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착용했던 헬멧이 뜨거운 화염에 녹아내려서다.

새카맣게 타 버린 화재 현장.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새카맣게 타 버린 화재 현장.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박 소방장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무엇보다 아이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퇴원하길 바란다”며 “화상을 입긴 했지만 걱정할 만큼 심하지 않고, 치료를 받고 왔으니 괜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은 이날 오전 아이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가 있는 병원을 찾아 잠든 아이를 한동안 지켜봤다.

홍천 빌라 화재는 집 110여㎡를 모두 태우고 30여 분 만에 진화됐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홍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