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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비핵화 장기전, 남북관계 한·미 공조는 시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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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일리노이주 중간선거 유세에서 특유의 제스처를 해보이고 있다. 그는 유세에서 "핵실험이 없는 이상 비핵화가 오래 걸리든 상관없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일리노이주 중간선거 유세에서 특유의 제스처를 해보이고 있다. 그는 유세에서 "핵실험이 없는 이상 비핵화가 오래 걸리든 상관없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핵실험이 없는 한 비핵화가 얼마나 오래 걸리든 상관없다"고 밝혔다. 앞서 "2, 3년이 걸려도 상관없다. 시간 게임은 하지 않겠다"(9월 26일 뉴욕 기자회견), "서둘지 말라"(20일 네바다 유세)는 발언에 이어 비핵화 장기전 태세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핵미사일 시험을 말라는 레드라인을 강조하면서도, 비핵화 이후엔 "경제 대국이 될 것"이란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핵미사일 시험말라" 레드라인 긋고, #비핵화하면 "경제 대국될 것"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은 일리노이주 유세에서 비핵화 진행이 더디다는 비판을 반박하면서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내가 오기 바로 직전 사람들이 정말 전쟁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고 핵 재앙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면서다.

그는 "이제 로켓과 핵 실험은 없고 인질들이 돌아왔으며 (한국전의)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도 송환되고 있다"면서 "우리의 관계는 정말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하 직원들에게도 "핵실험이 없는 한 (협상이) 얼마나 오래 걸리든 상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또 "우리는 북한에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는 것 한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대신 비핵화 이후엔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한국 사이에 있어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며 "정말 좋은 위치이기 때문에 환상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장기전 태세를 보이기 시작한 건 김정은 위원장이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상응 조치", 즉 대북 제재 완화를 본격 요구하면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이용호 외무상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했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에게 "북한과의 시간 게임에 말려들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에 지난 7일 4차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은 핵시설 사찰·폐기 대신 제재 완화를 해달라는 김 위원장 요구를 거부했다. 이후 2차 북·미 정상회담은 1월로 연기됐고, 고위급 회담과 실무협상도 기약없는 답보 상태다.

이처럼 북·미가 제재 완화 문제로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남북관계에서 속도를 내려는 한국만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0월 말 철도연결 현장 조사를 비롯해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경협 일정이 줄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은 미국의 소리(VOA)방송에 "대북 제재가 완화되기 위해선 한·미가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사전에 논의하고 협의를 해야한다"며 "이것은 한·미가 가진 가장 중요한 협상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브 비건 대북 특별대표가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나기 위한 29일 방한한 것도 남북 경협 카드에 대한 조율 목적일 가능성도 크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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