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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해결하고 싶은 문제, 겁먹지 말고 실행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기업가가 말하는 앙트십(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 우리말로는 기업가정신)은 뭘까.’ 소중에서는 지난 6월부터 ‘앙트십 찾기’ 시리즈를 통해 청소년들이 학교 안팎에서 경험한 앙트십에 대해 전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벤처기업을 창업한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앙트십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벤처기업은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해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회사’를 의미해요. 사업을 개척하려면 창의적인 생각과 문제해결력, 도전 정신, 용기,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인내심과 리더십 등이 필수인데요. 이런 능력들이 바로 앙트십이죠. ‘기업가가 말하는 앙트십’ 마지막 회의 주인공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이어주는 교육 모바일 플랫폼 ‘클래스팅’의 조현구 대표입니다.


창업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최인서(왼쪽)양이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를 만나 기업가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양은 "미래 창업가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숙제였는데, 직접 얘기를 듣고 나니 길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업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최인서(왼쪽)양이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를 만나 기업가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양은 "미래 창업가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숙제였는데, 직접 얘기를 듣고 나니 길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라는 교육의 세 주체가 잘 어우러져야 좋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스팅은 이 세 그룹이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로 출발했어요.”

기업가가 말하는 앙트십 ③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

2012년 클래스팅이라는 회사를 창업하기 전, 조현구 대표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과 재밌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가볍게” 시작한 게 클래스팅이었다고 그는 말했죠.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교사와 학생들 간에, 혹은 같은 반 학생들끼리 의사소통을 해야 할 때가 많은데, 디지털 세대인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걸 편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원활한 소통도 중요했죠. 조 대표는 기존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온라인 메신저보다 학교에서 사용하기에 더 적합한 의사소통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사의 개인적인 생활을 보호하면서도 학생·학부모들이 더 쉽게 쓸 수 있는 프로그램 말이죠.

“서비스를 구상할 때 ‘학생들이 뭘 좋아하나’를 생각했어요. 딱딱한 공부, 학습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서비스는 싫어한다는 걸 알았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쓰고 싶어 하고,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 도움이 되는 교실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클래스팅을 개발했어요. 어떤 학생들은 직접 얼굴을 보고는 말을 잘 안 하지만 온라인으로는 잘했죠.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교사·학생·학부모 중 어느 하나만이 아닌, 모두를 아우르며 그들에게 좋은 가치를 주려면 고려할 것도 많아지고 더 어려워요. 하지만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세 주체가 모두 중요하죠.”

조현구 대표는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우리 교육도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면서 "다음 단계로 무사히 빨리 넘어갈 수 있도록 에듀테크(교육 분야에 적용되는 기술)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현구 대표는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우리 교육도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면서 "다음 단계로 무사히 빨리 넘어갈 수 있도록 에듀테크(교육 분야에 적용되는 기술)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래스팅은 먼저 사용해본 교사들이 다른 교사들에게도 추천하면서 급속히 퍼져나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입니다. 기술적인 도구를 수업에 활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보수적인 분위기의 교사 조직에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은 ‘초등학생들의 페이스북’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교실에서 쓰이고 있어요. 조 대표는 “클래스팅의 인기 요인은 단순하다”며 “써보면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편하게 느끼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간단하지가 않았어요. 개발 초기 클래스팅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업데이트를 할 정도로 끊임없이 단점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갔죠. 초등학교 교사였던 조 대표는 창업에 나선 뒤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에 대한 책을 읽고 스스로 공부해 이를 클래스팅 개발에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재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했죠.

“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그에 필요한 제반 지식을 빨리 습득하는 편이에요. ‘이걸 잘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할 때 공부를 하면 금방 이해가 되거든요. 그런 고민 없이 그냥 공부하려고 하면 공부가 잘 안 돼요. 배운 걸 바로 경험해볼 수 있어야 효율적으로 공부가 되죠. 제가 추진력이 좋은 편이기도 해요. 창업을 하게 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공부했어요. 처음에는 프로그램 개발, 그 다음 회사를 설립하고 투자를 받는 법, 마케팅, 영업, 인사 관리 등. 처음부터 다 알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조 대표는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좋아했지만 부모님의 뜻에 따라 공무원이 됐다고 하는데요. 가고 싶었던 컴퓨터공학과는 가지 못했지만, 교사가 된 덕분에 교육과 기술의 결합을 고민하게 된 것 같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교사가 된 것도, 회사를 경영하게 된 것도 모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해요. 유행이나 대세에 맞추려고 하기보다 재밌는 일을 열심히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죠. 조 대표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면서 “재밌게 일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어요.

“저는 이 일을 하면 정말 재밌고 스트레스가 풀려요. 일을 안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고요. 친구를 만나는 시간도 아깝게 느껴질 만큼 일이 좋아요. 많은 사람들이 재밌는 일을 찾아도 용기를 내지 못하죠. 주변 의식이나 부모님의 기대 같은 것 때문에요. 저도 교사를 그만둘 때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어렵지만,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겠다는 결정을 과감하게 내리는 게 중요해요.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 해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의지가 꺾이지 않게 돼요. 그 일을 평생 할 수 있다면 의미 있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겠죠.”

초등학교 교사와 클래스팅 대표라는 두 가지 일에는 ‘교육’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조 대표는 ‘더 좋은 교육’에 대해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공교육 현장을 잘 알기에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도 많이 생겼죠. 특히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회는 변화하고 있는데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 현실은 바뀌지 않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학생들에게 각자의 수준에 맞는 내용을 가르쳐주면 지금보다 의미 있는 수업 시간, 다니고 싶은 학교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동안 클래스팅을 통해 모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 교육, 개인별 학습이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한 이유입니다. 또 교실에서 칠판에 적힌 지식만 습득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뭔가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내놨죠.

“지금의 입시는 학생들이 배운 걸 얼마나 많이 외우고 있는지 평가하는 시험이죠. 그런 시험의 성적에 따라 대학에 가고요. 하지만 시대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더 이상 지식 주입만으로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없어요.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 없죠. 변화하는 사회에 맞는 인재가 되려면 지식을 많이 아는 것보다 어떤 문제가 닥치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요. 대학들도 사실 수능 점수만 보고 학생을 뽑고 싶지 않을 거예요. 학생의 진짜 역량을 알고 싶지만 공정성 있는 자료가 부족할 뿐이죠. 각 학생이 어떤 맞춤 교육을 받고 어떤 경험을 해봤는지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가 만들어진다면, 학생들도 지식 암기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될 거예요. 우리 회사가 학교와 교사를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주입식 교육에서 자유로워지도록 기술을 이용해 여건을 만들어줄 수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실행’이 필요하죠. 그 실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기업가라고 조 대표는 말했습니다. “실행하는 능력은 기업가의 덕목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죠.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좇아가세요. 그리고 사회에, 혹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겁먹지 말고 실행해보는 거예요. 누군가는 행동에 옮겨야 변화할 수 있죠.”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동행취재=최인서(경기도 삼괴고 2),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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