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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동네 뒤집어 놓은 '지방의원 성추행사건' 진실은…

중앙일보

입력

현직 지방의원을 상대로 “성추행당했다”며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여성과 이를 도와준 다른 지방의원 등이 경찰에 입건됐다.

29일 오전 박노술 서산경찰서 형사과장이 지방의원을 상대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사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29일 오전 박노술 서산경찰서 형사과장이 지방의원을 상대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사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 서산경찰서는 평소 알고 지내던 기초의회 의원을 협박해 3000만원을 갈취한 혐의(공갈 등)로 A씨(42·여)를 구속했다. A씨와 함께 기초의원을 협박하는 데 가담한 혐의(공동공갈)로 광역의원 B씨(55)와 신문사 기자 C씨(53)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 지방의원 협박해 3000만원 갈취한 여성 구속 #여성과 합세해 동료의원 협박한 광역의원·기자 입건 #광역의원·기자는 혐의 부인, 모두 고교 선후배 사이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12월 충남 서산의 한 노래방에서 기초의원이던 D씨(56) 등과 만나 술을 마시고 유흥을 즐긴 뒤 헤어졌다. 이후 두 사람은 “잘 들어갔느냐” “자주 만나자”는 등의 문자를 여러 차례 주고받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D씨가 A씨의 제안을 거절하면서부터 시작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A씨는 올해 초 “만나서 같이 밥을 먹자”는 자신의 연락을 D씨가 거절하자 “성추행 당한 일을 외부에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112에 “D씨에게 성추행 당했다”며 신고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가해자와 원만하게 합의가 됐다”며 출석하지 않아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성추행 당한 사실이 없는데도 A씨가 협박해 돈을 뜯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D씨에게는 성추행 혐의가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지방의원을 상대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산경찰서. [중앙포토]

지방의원을 상대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산경찰서. [중앙포토]

광역의원인 B씨와 신문사 기자인 C씨는 D씨에게 “합의하지 않으면 고소한다고 하더라. 합의금을 주고 좋게 끝내라”라며 종용했다. B씨와 D씨는 충남의 한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사건 발생 당시에는 동료 기초의원이었다. B씨와 C씨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B씨·C씨와 함께 D씨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던 기초의회 의장에 대해서는 혐의가 밝혀지지 않아 불기소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가담 정도가 낮고 직접 협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기초의회 의장 역시 피해자인 D씨와 고교 동문이다.

수사과정에서 A씨는 대기업 간부인 E씨(48)를 상대로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운영하는 맥줏집에서 술을 마시고 나간 E씨에게 “길거리에서 성추행 당했다.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1620만원을 뜯어냈다.

A씨는 지난 2월 서산의 학 고교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건에도 관여해 유족으로부터 변호사비와 녹취비용 등으로 1140만원을 횡령하고 550만원을 가로챈 사실도 드러났다.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나선 뒤 학부모에게 받은 돈을 돌려주지 않고 챙긴 혐의다.

29일 오전 박노술 서산경찰서 형사과장이 지방의원을 상대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사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29일 오전 박노술 서산경찰서 형사과장이 지방의원을 상대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사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 관계자는 “광역의원과 신문사 기자는 합의를 강요하는 등 상식의 선을 넘었기 때문에 입건한 것”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새로운 혐의는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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