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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초콜릿의 힘이었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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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32강전 1라운드> ●스웨 9단 ○최정 9단

8보(115~130)=삼성화재배는 점심시간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대국 시간이 긴 편이다. 바둑은 오전 11시에 시작되는데 보통 오후 4~5시가 돼서야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저마다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들고 대국장에 나타나곤 한다. 최정 9단이 들고 온 것은 초콜릿이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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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순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초콜릿을 입에 털어 넣은 최정 9단은 정신을 하나로 모아본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흐름을 되돌릴 기회가 찾아왔다. 흑이 121로 뻗자, 백이 122, 124로 이단 젖힌 상황. 스웨 9단은 125로 얌전하게 늘었는데, 이는 명백한 완착이었다. 어렵사리 빼앗아온 주도권을 상대에게 고스란히 상납하는, 소극적이고 나태한 수였다.

참고도 1

참고도 1

여기에선 125로 느는 대신 '참고도1' 흑4, 6으로 막아놓고 흑8로 늘어두는 게 나았다. 최정 9단은 '참고도2'를 보여주며, 알기 쉽게 흑2로 막고 흑4로 호구쳐 놓더라도 괜찮았을 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전은 스웨 9단이 125로 너무나 얌전하게 늘어두는 바람에 126, 128로 뒷문이 통쾌하게 뚫리고 말았다.

참고도 2

참고도 2

간단해 보이는 교환 하나를 생략한 대가로 흑은 앞서 이뤄놓은 전과를 순식간에 잃었다. 어렵사리 찾아온 역전의 기회를 스웨 9단은 멋지게 살려내지 못한 것이다. 다시 승부는 원점, 바둑은 오리무중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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