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하버드대 강연에 다시 나선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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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생산기업들은 터빈을 돌리고 어떤 기술을 발전시킬지 고민하지만, 미래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보기술(IT) 기업의 에너지 관리가 흥미로웠다.”

HBS 학생 70여명 대상으로 특강 #통신기업의 에너지 플랫폼 역설 #HBS 강의 자료로 KT 사례 채택

하버드 비즈니스스쿨(HBS)의 포레스트 라인하트 교수가 KT에 관심을 갖게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보스턴=연합뉴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HBS)의 포레스트 라인하트 교수가 KT에 관심을 갖게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보스턴=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의 포레스트 라인하트 교수는 KT를 ‘21세기 에너지’의 연구 사례로 채택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제는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력해 화석연료를 얼마나 줄일지, 신재생에너지를 어느 정도 개발할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이런 관심에 황창규 KT 회장이 직접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를 방문해 특강으로 화답했다. 26일(현지시간) 허즈홀에서 약 70여명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KT 스마트에너지 사업’에 대해 특별 강의를 했다. 황 회장 개인적으로는 9번째 하버드대 강연이다. 이날 강연은 당초 예정된 80분을 20분 정도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황 회장은 통신과 에너지 비즈니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민간 통신기업이 스마트에너지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와 미래 비전을 설명했다. 지능형 통합에너지 관리플랫폼인 ‘KT-MEG(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에너지 빅데이터 분석엔진인 ‘e-브레인’을 중심으로 KT 스마트에너지 사업을 심도 있게 소개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26일(현지시간) 하버드대 허즈홀에서 'KT 스마트에너지 사업'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KT

황창규 KT 회장이 26일(현지시간) 하버드대 허즈홀에서 'KT 스마트에너지 사업'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KT

황 회장은  “연간 3000억 원의 전기료를 내는 KT는 한국에서 비제조업 민간기업 중 최대 에너지 소비기업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에너지 절감에 대해 최고의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엄청난 기회가 오고 있고, 관성이 붙으면 2022년 1조원 사업목표를 보다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T의 스마트 에너지 사업은 2016년 400억원 매출에 불과했으나 올해 2000억원과 2020년 5000억원을 예상하는 등 급성장 중이다.

HBS는 소프트뱅크ㆍ구글ㆍ테슬라ㆍ애플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에너지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KT의 경우 단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아니라 ICT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를 제대로 관리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석사 2년 차 학생 에릭은 “KT가 다른 네트워크 기업들과는 달리, 전통적인 ICT 영역을 넘어 공격적인 에너지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에너지 사업 특유의 규제 장벽을 어떻게 넘어설지에 대해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황 회장은 “우즈베키스탄에 스마트미터기(AMI)를 수출하고, 호주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에서 테슬라와 경쟁하고 있다”며 “규제, 기술, 각기 다른 나라별 표준 등으로 에너지사업은 해외 진출이 어렵지만, KT는 플랫폼 역량을 갖고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황 회장은 한국 기자들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 이르면 이번 주 중 5G(세대) 이동통신 장비사 선정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이 제기하는 보안 문제 등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중국의 화웨이 5G 장비 채택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다. 그는 또 예정대로 오는 12월 5G 전파를 송출하고,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스턴=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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