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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의 금강산 그림 7점, 경북 시골서 발견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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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1675~1759)의 알려지지 않은 금강산 그림이 최근 무더기로 발견돼 관심을 모았다. 한국국학진흥원이 기탁을 받아 지난 18일 공개한 것인데, 비로봉 등이 그려진 7점의 수묵화다. 진경산수화는 자연 모습 그대로를 그리는 그림이다.

경북 영양군 주실마을에서 나온 겸재 정선 금강산 그림들.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경북 영양군 주실마을에서 나온 겸재 정선 금강산 그림들.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7점의 그림은 모두 경북 영양군 주실마을에 있는 조선 시대 선비 월하 조운도(1718~1796)의 후손가에서 발견됐다. 크기는 각각 가로 30㎝, 세로 40㎝ 정도로 그림 왼쪽 또는 오른쪽 윗부분에 '비로봉, '비홍교', '마하연', '정양사', '보덕굴', '구룡폭', '단발령' 같은 그림 제목과 '겸재초(謙齋草)'라는 서명이 적혀 있다. 겸재의 다른 그림과 달리 창작 동기와 감상을 표현한 화제(畫題)나 인장이 없다. 그래서 한국국학진흥원 측은 금강산 그림 초본쯤으로 해석했다.

경북 영양군 주실마을에서 나온 겸재 정선 금강산 그림들.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경북 영양군 주실마을에서 나온 겸재 정선 금강산 그림들.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그런데 재밌는 부분이 있다. 겸재는 경북 영양군에서 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주로 살았다.
도대체 어떤 사연으로, 금강산이라는 주제로 그린 겸재의 그림 여러 장이 금강산 인근 마을이 아닌 경북의 한 시골마을에 있게 된 걸까.

이에 대해 한국국학진흥원 측은 "월하 조운도는 조선시대 영남을 대표하는 문신 옥천 조덕린(1658~1737)의 손자인데, 이들 7점의 그림은 조운도가 할아버지 조덕린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덕린은 51세 때 강원도에서 벼슬을 했다. 당시 금강산을 유람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때를 기억하며 조덕린이 겸재에게 금강산 이곳저곳에 대해 그려달라고 부탁해 받은 그림이라는 추정이다.

겸재는 한성부주부·청하현감·훈련도감랑청 등 관직을 지냈다. 겸재가 현재 경북 포항 인근인 청하현감으로 있을 때 주실마을이 있는 영양군을 찾았고, 조덕린과 만나 그림을 그려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국국학진흥원 측의 추정이다. 겸재 그림 7점의 소유주인 조씨 집안에는 그림 소장 배경에 대한 자료가 따로 남아있지 않다.

6만8000여 점의 유교책판이 보관돼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장판각에서 박순 전임연구위원이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배자예부운략 목판'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6만8000여 점의 유교책판이 보관돼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장판각에서 박순 전임연구위원이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배자예부운략 목판'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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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점은 50여만점의 국학 자료를 기탁받아 보관 중인 한국국학진흥원(경북 안동시)의 수장고에 보관된다. 수장고엔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임진왜란 당시 상황을 기록한 국보 제132호 징비록(懲毖錄), 유네스코 기록물로 유명한 만인소(萬人疏) 등도 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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