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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생각한 학생 1만7000명 … 1년 새 2배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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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생명 그 소중함을 위하여 ⑰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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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부모가 이혼해 어머니와 살던 중학생 A군(15)은 지난해 학교를 결석하는 일이 잦았다. 집에서도 폭력적 성향을 보였다. 원인은 만성적인 우울증이었다. A군은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입 밖으로 자주 꺼냈다. 극단적 선택도 여러 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주변에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제적 문제로 고민이 많던 A군의 어머니는 아이의 어려움에 관심을 쏟지 못했다. 결국 A군은 어머니와 크게 다툰 직후 집 주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올해 극단 선택 106명 급증세 #“청소년 SNS 상담 활성화를”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적이 있는 ‘자살 위험군’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A 군처럼 죽음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위험군 학생은 1만6940명이다. 2016년(8691명)의 2배로 늘었다. 관심군 학생도 8만2662명으로 전년(5만6524명)보다 크게 증가했다. 위험군 학생 수는 2014년 1만3163명에서 2015년(8613명)과 2016년 1만명 이하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늘었다.

세계자살예방의 날인 10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 자살예방 문구가 쓰여져 있다. [뉴스1]

세계자살예방의 날인 10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 자살예방 문구가 쓰여져 있다. [뉴스1]

홍현주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 청소년 중엔 부모나 학교가 징후를 감지한 위험군이 상당수”라며 “상담과 정신과 치료 등 충분한 관리가 없어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 수는 위험군 증가세와 무관하지 않다. 위험군 학생이 많았던 지난 2014년과 2017년 학생 자살자 수는 각각 118명, 114명으로, 위험군 학생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2015년(93명), 2016년(108명)보다 많았다. 올해는 8월까지 106명에 이른다.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는 매년 초등 1·4학년, 중등 1학년, 고등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위험·관심군으로 판단되는 학생은 학교 내 위(Wee)상담센터나 병원·정신건강증진센터 등 전문기관 관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위험·관심군으로 후속 조치를 받은 학생은 각각 81.2%와 76.1%였다. 위험군의 약 19%, 관심군의 약 24%가 관리를 받지 않았다.

정부의 청소년 자살예방 투자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시·도 교육청 산하 위센터 전문상담사는 2906명으로 학교(초·중·고교와 특수학교 1만1736개) 4곳당 1명꼴에 그친다. 지난달 교육부가 시범운영을 시작한 ‘청소년 위기문자 상담망’은 SNS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학생들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신청한 내년 운영예산 20억원은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홍 교수는 “SNS는 상담에 대한 학생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중요 수단”이라며 “청소년을 위한 전문상담 인력도 예산을 늘려 학교와 지역사회, 병원에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자살예방협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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