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3000만원 한병도 4억 … 청와대 파는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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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고위인사를 사칭해 돈을 가로채는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그 사례들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인사 이름을 대고 돈 요구하는 사람 있으면 무조건 사기로 생각하고 신고해달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대통령 명의 ‘도와주라’ 문자 #메시지 위조해 수억 가로채기도 #문 대통령, 국민에게 공개 지시 #“청와대 대고 돈 요구 땐 신고를”

김 대변인은 “현 정부에서 발생한 대표적 사기 사례는 6가지로 문 대통령,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등을 사칭했다”며 “피해자들은 많게는 4억원을 뜯기는 등 거액을 사기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8월만 해도 1~2건 정도였는데 점차 누적이 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해 대통령이 특별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올해 1월 사이 문 대통령 명의로 ‘도와주라’는 취지의 가짜 메시지를 위조한 뒤 지방의 유력자 다수에게 보내 수억원을 가로챈 사례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임 실장 사칭 사건 수사도 2건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임 실장과 1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모친을 사면시켜주는 조건으로 임 실장이 3000만원을 요구한다”고 속여 3000만원을 가로챈 사례가 있었고, 지난달에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임 실장이 뒤를 봐준다고 허위선전을 하다가 수사 의뢰된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한병도 정무수석의 보좌관을 사칭해 피해자들로부터 5회에 걸쳐 4억원을 가로챈 사례도 수사중이다. 피의자는 “한 수석으로부터 재향군인회 소유 800억 상당의 리조트를 280억원에 매입할 권한을 받아 350억원을 대출받을 예정인데, 대출수수료 4억원을 주면 13억원을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청와대는 “피의자는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한 수석 고교 후배로 한 수석의 수행비서로 등록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8월 “싱가포르 자산가가 재단설립을 위해 6조원을 국내에 입금하였는데, 자금인출 승인을 도와주는 이정도 총무비서관에 대한 접대비 및 활동비가 필요하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억원을 가로챈 사례도 있다. 이 사건의 피의자에게는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돼 현재 상고심이 진행중이다. 이밖에 2014년 2월~올해 3월 청와대 출입증을 위조해 ‘청와대 공직기강실 선임행정관’을 사칭하고 취업 알선 및 변호사 선임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30회에 걸쳐 1억5000만원을 가로챈 사례에 대해서도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 지시에 따른 발표문에서 “청와대는 위와 같은 사례에 전혀 개입된바 없으며, 향후에도 위법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엄정한 근무기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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