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스마트 기기로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손꼽힌다. 2014년 11월 아마존이 첫 인공지능 스피커인 ‘에코’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누가 저걸 일부러 사서 쓰겠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불과 3~4년 만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집집이 인공지능 스피커 한 개쯤은 두고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국내에선 2016년 9월 SK텔레콤이 ‘누구’를 내놓은 이후 KT나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네이버·카카오 등이 앞다퉈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하고 있다.
KT의 기가지니 이용 패턴 분석 #TV 관련된 명령어가 35%로 1위 #사랑해·심심해 등 감성채팅 2위
사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쓰는 수요가 부쩍 늘어난 데는 통신사의 마케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일정 기간 해당 통신사를 이용하겠다는 요금 약정제에 가입하면 제품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식을 내놓았다. 예컨대 약정제를 이용하면 출시 가격이 26만원인 인공지능 스피커를 10만원에 살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스피커 성능이 좋아진 것도 인기 이유로 꼽힌다. 초기에는 “말귀를 못 알아들어 답답하다”는 불만이 많았지만, 최근엔 음성인식 성능이 좋아지면서 사투리도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능도 다양해졌다. 날씨나 이동시간 확인부터 각종 검색, 배달음식 주문,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가전 제어까지 할 수 있다. 대개 스마트기기의 주요 수요층은 20~30대지만, 인공지능 스피커는 조작이 간편해서 중장년층 이용자가 많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스피커는 어떤 일을 가장 많이 할까. KT가 인공지능 스피커인 ‘기가지니’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보니 집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명령은 ‘TV 제어’였다. 35%가 ‘TV 켜줘’ ‘축구 틀어줘’ 같이 TV와 관련된 명령어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2위를 차지한 ‘감성 채팅’(15%)이다. ‘00야 심심해’ ‘사랑해’ ‘우울해’ 같이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감성을 드러내는 말을 건네며 대화를 나눈 것이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했다는 얘기다. 3위는 음악을 켜거나 찾기 위해 이용(13%)했고, 4위는 연결된 가전을 제어하기 위한 ‘공통 제어’(12%)가 차지했다. 예컨대 ‘에어컨 온도 올려줘’ ‘세탁기 멈춰줘’ 같은 말이다. 5위는 ‘통합 추천’(7%)으로, ‘오늘 비도 오는데 뭘 먹을까’ 같은 말이다. 이외에도 웹검색(6%)이나 시간·날짜 등을 묻는 간단한 대화(1.5%), 날씨(1.5%) 등과 관련된 주문이 있었다.
객실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설치한 호텔도 요즘엔 있다. 호텔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할 때를 따로 떼 분석해 보았더니 음악(32.5%)과 관련된 주문이 가장 많았다. 호텔에서도 감성 채팅(18.6%)을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외에도 조명(9.9%)이나 TV(8.9%)를 제어하거나 필요한 용품을 요청하는 ‘어메니티’(3.5%), 날짜나 시간 문의(2.1%), 모닝콜 요청(1%) 등을 위해 인공지능 스피커를 찾았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