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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 손학규에 날세운 지상욱 “국민의당 통합 끝까지 막았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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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

지상욱(53) 의원은 요즘 바른미래당의 ‘모난 돌’로 통한다. 판문점 비준동의안 처리 등 안보 이슈를 두고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지 의원은 지난달 4일 “4ㆍ27선언의 비준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는 손 대표 발언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어 “애국심ㆍ애당심을 가지라”(손학규 대표)는 지적이 나오자 페이스북에 “애국심, 애당심이 뭔지 알려주시면 좋겠다”고 썼다.

자유한국당이 ‘보수통합론’에 불을 지피자 최근 바른미래당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손 대표는 일부 의원들을 겨냥해 “갈 사람은 가라”며 공개적으로 날을 세웠다.

16일 국회 본관에서 만난 지 의원은 목이 반쯤 쉰 상태였다. 그는 “어제 공정위 국감장에서 무리한 것 같다. 국회의원이 되고 처음 언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국감에서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내부개혁은 쇼”라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공정위 현직 간부가 증인으로 나와 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낮에는 정무위 국감을, 밤에는 SNS ‘안보 투쟁’을 하는 지 의원을 밀착마크했다.

“손학규 대표가 바른미래당 정강정책 어기고 있다”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지상욱 의원. 한영익 기자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지상욱 의원. 한영익 기자

‘갈 테면 가라’는 손 대표의 말은 누구를 겨냥한 건가
글쎄. 나도 포함이 된 것 같은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묻고 싶다. 국감 잘하라고 피자까지 돌려놓고, 갈 테면 가라니 앞뒤가 안 맞다. ‘갈 테면 가라’고 공개회의에서 5번이나 얘기했다. 통합 얘기했던 분이 당내 분란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그동안 너무 강하게 반발한 건 아닌가
창당 정신과 정강정책을 지키는 게 내 책무라고 생각한다. 바른미래당의 정강정책은 안보 문제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다.
손학규 대표가 정강정책을 어기고 있다는 건가
특히 안보 쪽에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정강정책에 안보정책 순서도 그냥 넣은 게 아니라 우선 순위, 중요도에 따라 넣은 거다. 한미동맹, 비핵화가 가장 먼저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안보' 분야 정강정책은 ①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보태세 구축 ②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 ③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력 강화 순으로 돼 있다)

한국당 이적설? “처음 약속 지키기는 게 도리”

지상욱 의원실 입구에는 '바른미래당-국정감사상황실' 스티커가 붙어있다. 한영익 기자

지상욱 의원실 입구에는 '바른미래당-국정감사상황실' 스티커가 붙어있다. 한영익 기자

현재 바른미래당에 아쉬움이 큰 만큼 그는 최근 ‘이적설’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당으로 갈 거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대신 “이 당이 처음 국민에게 약속한 걸 지키기 위해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게 예의고 도리”라 답했다.

정치인 지상욱은 지난해 초 바른정당 창당 때 새누리당에서 마지막으로 탈당한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이에 대해서도 ‘책무론’을 말했다. “나를 국회의원 만들어준 새누리당 울타리를 고치는 게 책무라 생각했다. 당시 인명진 위원장과 새누리당 개혁을 위해 투쟁하다가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가장 늦게 나갔다. 또한 인간적 의리가 함께 했던 면도 상당했었다”고 말했다.

지금 바른미래당 정체성은 뭐라고 보나
중도라는 선(線)에서 오른편을 개혁하자는 '개혁적 보수'가 있다. 거기에 '미래형 진보'라는 게 대체 뭔지 모르겠는데 중간에서 왼쪽으로 따로 떨어진 집단이 있다. 가운데가 없다. 사람들이 '너희 당은 대체 뭐냐'고 묻는다. 야구를 예로 들면 (유권자들이) 삼성라이온즈 소속이냐, 기아타이거즈 소속이냐 묻는데 '야구선수'라 답하는 꼴이다.
하고 있는 투쟁이 실패하면 어쩔 건가
정치에 '만약'이라 조건 다는 건 적절치 않다. 결론은 둘이다.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는 창당 주역이 아니었다. 그분들이 당의 정강정책을 지켜야 한다. 해당행위가 되는거다. 나는 우리가 스스로 국민과 약속한 창당정신과 정강정책을 지키기 위해 지금껏처럼 나설 때는 나설 것이다. 이 당을 처음 지지해줬던 17%의 국민을 봐야 한다.

“바른정당·국민의당 통합, 끝까지 막았어야”

바른정당에 입당한 지상욱 의원이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유승민 의원과 얘기하고 있다. 지상욱 의원은 "유승민 의원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바른정당에 입당한다"고 말했다. [뉴스1]

바른정당에 입당한 지상욱 의원이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유승민 의원과 얘기하고 있다. 지상욱 의원은 "유승민 의원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바른정당에 입당한다"고 말했다. [뉴스1]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친 게 후회되나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을 끝까지 막았어야 했다. 바른정당 때 새누리당에서 분파돼 나온 이들은 '보수를 살려내야 한다'는 마음은 같았지만, 방식이 달랐다. 정치적 지향점(마음)이 다른데 생존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방식)이 같은 이유로 합당을 했기에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개혁보수를 계속 자처하는데 그게 뭐라고 생각하나
보수의 원래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공동체 복원하고 책임, 봉사, 희생 같은 정신이 들어가야 한다. 과거 보수에는 '내가 죽어 모두를 살린다'는 사람이 없었다. 대신 '내가 살아야 하니 너희들이 죽어줘' 이런 식이었기에 이 지경이 된 것 아니겠나.

“북한에 패 다 보여주는 게임을 하면 안돼”

지상욱 의원이 사무실에서 보좌진들과 국정감사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한영익 기자

지상욱 의원이 사무실에서 보좌진들과 국정감사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한영익 기자

의원회관 4층 그의 사무실에는 '국정감사 상황실-바른미래당' 스티커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인터뷰 중간중간 틈이 날 때마다 그는 보좌진들과 회의를 하며 국정감사 자료 점검을 했다. 최근에는 국회 남북경협특위의 바른미래당 간사도 맡았다.

현재의 남북대화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평화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오면 다행인데 마구 달려가다 보면 위험하다. 우리는 패를 거꾸로 들어서 다 보여주면서 치는 그런 게임을 하면 안 된다. 북한이 내놓는 조건 보고 우리도 주는, 전략적 상호주의에 입각해야 한다.
종전선언도 신중해야 한다는 건가
신중해서 나쁠 게 없다. 우리가 뭘 해버리면 불가역적이 되는 거다. 종전선언을 하고 그걸 깨려면 전쟁을 해야 하는 건데. 강경화 외무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사람 있는데 난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분 말실수 덕분에 '어 이게 아니구나' 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꼬는 게 아니고 정말 충심이다. 

“부인 심은하, 지금 내조만으로도 고마워”

지상욱 의원이 사무실 벽에 걸린 부인 심은하씨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 안효성 기자

지상욱 의원이 사무실 벽에 걸린 부인 심은하씨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 안효성 기자

사무실 벽 한쪽에는 그의 부인인 배우 심은하(46) 씨가 먹으로 그린 동양화가 걸려있었다. 가로, 세로 1m가 넘는 크기였다. 정치 입문 초기부터 그는 심은하의 남편으로 화제가 됐다.

원래 부인이 그림을 그렸나
배우 생활 접고 나 만나기 전까지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주로 수묵화. 동양화와 서예를 했다.
부인이 유명인인데 선거 유세엔 잘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들에게 나의 정책과 비전, 포부를 알려야 하지 않을까. 아내는 지금까지 내조해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아내는 내가 내놓을 상품이 아니라 내가 지켜주고 보호해야 할 가족이라 생각한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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