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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인터넷 쇼핑몰 뒤엔 카페24가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자 상거래 플랫폼 기업인 카페24가 지난 2월 8일 ‘테슬라 상장 1호’로 코스닥 시장에 안착했다. 테슬라 상장이란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처럼 당장은 적자를 내고 있지만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 코스닥 상장을 허용하는 특례 제도다.

UDC2018 결산…⑤블록체인, 디앱을 위한 플랫폼

1995년 아마존과 이베이를 시작으로 전자 상거래 업체들이 우후죽순 급증했다. 지금의 인터파크와 옥션ㆍG마켓도 그때 나왔다. 벤처 붐이었다. 1999년 물리학도였던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연구직을 박차고 나와 벤처 붐에 올라탔다.

출처: 38커뮤니케이션

출처: 38커뮤니케이션

카페24의 성공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환경이 받쳐줬다. 당시는 ADSL 등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보급이 확산됐다. 빠른 속도 덕에 형형색색의 컬러 화면을 띄우는 데 그리 시간이 올래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 쇼핑이 가능한 인프라가 갖춰졌다는 의미다.

둘째로 비즈니스 수익 구조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설계했다. 판매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 대신, 전자지급 결제 대행(PG)사나 광고비 수수료 등에서 수익을 냈다.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 직접 돈을 안 내니 양쪽 모두 수수료의 존재 자체를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카페24 입장에서는 자사에 입점한 쇼핑몰이 장사가 잘 돼 거래 대금이 늘어날수록 회사의 수익도 늘어나는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현재 150만 쇼핑몰을 비롯한 400만 회원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카페24를 선택했다.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 K뷰티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스타일난다ㆍ임블리ㆍ육육걸즈 등 스타 온라인 쇼핑몰이 카페24의 도움을 받았다. 카페24 같은 플랫폼이 없었다면 정보기술(IT) 지식이 부족한 쇼핑몰 대표가 인터넷 의류 사업에 쉽게 뛰어들 수 없었을 것이다.

“탈중앙 가치보다 유용성이 먼저”

인터넷 초기에는 블로그 하나 개설하자고 해도 많은 개발 관련 지식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업자가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만들 수 있는 맞춤형 블로그 서비스를 내놨다. 카페24가 한 일이 바로 포털 사업자가 한 일이다. 일반인들은 스타일난다 쇼핑몰이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성됐는지 모른다. 그것과 상관없이 스타일난다 사이트에서 옷을 사고, 적립금을 받고, 후기를 남긴다. 카페24가 인터넷 인프라를 깐 것은 아니지만, 쇼핑몰이 인터넷 서비스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현재 블록체인 업계에는 카페24나 스타일난다 같은 서비스가 목격되지 않는다. 개발자들 대부분이 기술인 영역의 초당 거래 처리 속도(TPS) 등 확장성 논쟁에 매몰돼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하등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카카오가 자회사 그라운운드X를 통해 개발 중인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은 인터넷에서 카페24 같은 존재를 표방한다. 이더리움이나 이오스(EOS) 같이,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을 위한 플랫폼 블록체인이다. 가장 큰 특징은 1초 안에 블록 생성부터 확정(finality, 블록에 쓰인 기록이 번복되지 않는 상태)까지 끝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이 이더리움은 수분, 비트코인은 한 시간 가까이 걸린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출처: 업비트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출처: 업비트

클레이튼은 합의가 필요한 작업은 수십 개 수준의 컨소시엄(허가형) 노드에서 처리하고, 합의가 필요 없는 작업은 퍼블릭(공개형) 노드에서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해 성능 문제를 풀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지난 9월 13일 제주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클레이튼의 아키텍처(구조)를 공개했다.

한 대표는 블록체인의 근본 정신보다는 눈에 보이는 유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한 블록체인 서비스의 등장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블록체인 가치 가운데 탈중앙화는 점진적으로 달성하고 유용성을 먼저 증명하는 데 집중하는 게 우리의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가 그라운드X를 만든 것은 모바일 이후 ‘큰 한 건(next big thing)’이 블록체인에서 나올 것 같다는 기대 때문이다. 현실은 하지만, 가능성의 미래와는 거리가 멀다. 하루 디앱의 사용자 수는 1만5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발생한 트랜잭션도 7만 건에 그친다. 전체 인터넷 사용자 수와 비교하면 사용자가 없다고 볼만큼 미미하다.

한 대표는 “사용자 입장에서 이 서비스가 탈중앙화돼 있다 해도 혜택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탈중앙화는 툴이지 목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 같이 큰 기업이 기존 서비스를 다 탈중앙화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안 일어날 것”이라며 “서비스 중 일부 요소만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하이브리드 앱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클레이튼은 ‘성능 문제’를 풀기 위해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기본적으로 합의 과정에 참여하는 컨센서스 노드와, 이 컨센서스 노드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레인저 노드’로 구성된다.

컨센서스 노드는 컨소시엄(신뢰가 담보된 일부 노드로 구성된 네트워크) 형태로 구성해 속도를 높였다. 합의에 참여하는 노드 수가 적을수록 블록처리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컨센서스 노드는 ‘비잔틴장애허용(BFT, Byzantine fault tolerance)’에 기반한 합의 알고리즘을 쓴다. 3분의 1 이상이 담합하지 않으면 네트워크가 깨지지 않기 때문에 빠르게 블록을 확정할 수 있다.

레인저 노드는 컨센서스된 블록을 다 다운받고 블록이 제대로 생성됐는지 감사를 실행한다. 퍼블릭(참여가 개방된 네트워크) 형태로 구성했다. 또 ‘읽기 요청(리드 리퀘스트)’을 처리하는 역할도 한다. A에서 B로 트랜잭션을 보내는 것 같은 ‘쓰기 요청(라이트 리퀘스트)’은 합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컨센서스 노드가 처리해야 한다. 반면, 어떤 블록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잔고가 얼마인지 등을 보여 달라는 요청은 합의가 필요 없기 때문에 레인저 노드에서 다루게 된다.

컨센서스 노드에는 카카오나 카카오급으로 대형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참여한다. 수십 개 수준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레인저 노드는 수만 개 수준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컨센서스 노드는 블록 생성에 대한 보상(리워드)을 받고, 레인저 노드도 작업 보상을 받는다.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 메인넷을 내년 1분기 안에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클레이튼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 자체 암호화폐인 ‘클레이’도 메인넷과 함께 공개된다. 테스트넷은 연말 출시할 예정이다. 클레이 토큰은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판매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킬러 디앱 발굴에 힘쓸 것”

지난해 9월 선보인 아이콘(ICX)은 한국인이 주도한 암호화폐 프로젝트 중 유일하게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 총액 순위 20위권에 들었다. 아이콘은 인터체인 프로젝트다. 거칠게 말해,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다.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 출처: 업비트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 출처: 업비트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는 이날 UDC2018에서 인터체인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으로는 이더리움 기반 크립토키티 결제가 안 되는 등 제한이 많다”며 “블록체인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선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체인 기술이 중요한 이유로 ‘오라클 문제’ 해결을 들었다. 김 대표가 지적한 오라클 문제란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가져올 때 발생하는 오류를 말한다. 블록체인의 노드 간 거래가 정교한 합의 알고리즘과 스마트 계약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애초 입력 값이 잘못됐다면 결과 값도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

김 대표는 보험ㆍ금융ㆍ물류 등 기업이 만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오라클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현실 세계는 강제할 수 없다”며 “오라클 문제를 푸는 확실한 방법은 기업(엔터프라이즈)에서 구축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퍼블릭 블록체인까지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비즈니스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해당 블록체인에만 머무르지 않고 퍼블릭 블록체인과 연결된다면, 서비스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프라이빗과 퍼블릭을 연결해주는 인터체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실제 사용자로부터 선택을 받는 플랫폼을 만들고 실제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며 삶과 비즈니스가 어떻게 변하고 어떤 가치가 나올지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라인 등 2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팀과도 협업하고 다양한 이용자로부터 요구사항을 받아 플랫폼에 녹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콘루프는 서울시 블록체인 표준 플랫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블록체인 기반 선거시스템 컨설팅 등 기업ㆍ컨소시엄ㆍ정부가 발주한 다양한 블록체인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5개 증권사가 포함된 금융투자업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에서 블록체인 공동 인증 서비스인 ‘체인 아이디’ 사업을 맡았다. 김 대표는 “생태계 참여자들을 늘리기 위해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는 디앱 발굴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이 글은 9월 13~14일 제주도에 열렸던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8’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총 10개의 시리즈 글이 매일 업데이트 됩니다.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https://udc.upbit.com/2018’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는 업비트의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①블록체인, 이제는 서비스다(feat. 개발자)
②거래소, 도박장에서 블록체인 혁신의 심장으로
③성공한 플랫폼은 보이지 않는다: 확장성을 해결하라
④‘신뢰’의 블록체인을 지켜라: 보안과 보호
⑤쇼핑몰 뒤엔 카페24가 있다: Platform for DApp
⑥살아남는 DApp의 조건…블록체인 정신을 구현하라
⑦블록체인 경제 성장의 필수 요건, 스테이블 코인
⑧The rise of Tokenization
⑨DApp들이여, 루니버스에 올라타라
⑩블록체인의 고릴라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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