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과도통치위원 피격 중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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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라크의 임시정부에 해당되는 과도통치위원회 위원 1명이 지난 20일 백주 대낮에 저격되는 등 이라크가 치안부재의 수렁에 빠져있다.

◇"후세인 지지세력 소행"=시아파 대표로 과도통치위에 참여하고 있는 아킬라 알하시미 위원은 이날 오전 9시쯤(현지시간) 바그다드 서부의 자택 주변에서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았다.

복부와 어깨.다리 등에 모두 네발의 총상을 입은 알하시미 위원은 근처 알야르무크 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두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다. 현장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도요타 픽업 트럭에 탑승한 두 명의 괴한이 로켓포를 발사한 후 총격을 가해왔다고 밝혔다.

괴한들은 로켓포 공격이 빗나가자 칼리시니코프 소총을 난사, 알하시미 위원과 운전사 및 경호원들에게 중상을 입혔다. 이라크 경찰은 현장에서 용의자 1~2명을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외교관 출신인 알하시미 위원은 25명으로 구성된 과도통치위원회에 참여 중인 여성 3명 중 한명이다.

알하시미 위원은 이라크 대표단의 일원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다음 주 미국 뉴욕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이라크 경찰은 후세인 지지세력이 과도통치위원들의 유엔총회 참석을 저지하기 위해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충격에 휩싸인 과도정부=지난 8월 시아파 최고지도자 무하마드 바키르 알하킴과 1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사건 이후 발생한 알하시미 위원 저격사건으로 이라크 지도부는 큰 충격에 싸여 있다.

폴 브레머 연합군 임시행정처장은 "잔혹하고 비겁한 행위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과도통치위 순번의장을 맡고 있는 아흐마드 찰라비도 "과도통치위 위원들은 테러범들의 위협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알자지라 방송은 21일 "상당수의 이라크인들이 미국의 주도로 구성된 과도통치위와 내각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 같은 '정치적 테러'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고 중동의 한 정치 관측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속되는 폭력저항=미국과 협력하는 친미파 이라크인에 대한 암살.저격과 더불어 미군을 겨냥한 공격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일에는 바드다드 인근과 이라크 중부 라마디에서 미군이 매복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죽고 13명이 부상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미군을 겨냥한 항전을 촉구하는 후세인의 목소리가 지난 17일 방송된 후 공격이 더욱 다양화하고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 지상군 사령관인 리카도 산체스 육군중장도 그동안 후세인 잔당들로부터 게릴라식 공격을 받아온 미군이 요즘에는 일반 이라크 주민들의 보복공격도 받고 있다고 시인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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