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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앙트십은 진정성…좋아하는 분야 파면 남다른 전문성 얻죠"

중앙일보

입력


※‘기업가가 말하는 앙트십(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 우리말로는 기업가정신)은 뭘까.’ 소중에서는 지난 6월부터 ‘앙트십 찾기’ 시리즈를 통해 청소년들이 학교 안팎에서 경험한 앙트십에 대해 전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벤처기업을 창업한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앙트십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벤처기업은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해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회사’를 의미해요. 사업을 개척하려면 창의적인 생각과 문제해결력, 도전 정신, 용기,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인내심과 리더십 등이 필수인데요. 이런 능력들이 바로 앙트십이죠. 앙트십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소중이 두 번째로 만난 기업가는 글로벌 케이팝 비디오 커뮤니티 ‘어메이저’의 이의중 대표입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어메이저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의중 대표와 이윤서·김민송(왼쪽부터) 학생.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어메이저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의중 대표와 이윤서·김민송(왼쪽부터) 학생.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춤을 따라 춰본 경험 있나요. 혹은 텔레비전 속 연예인 못지않게 끼와 매력이 넘치는 친구를 알고 있나요. 그런 소중 독자라면 유튜브 말고도 관심을 가질만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있는데요. 셀카·립싱크·댄스 등 다양한 동영상에 내 모습을 담아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앱, 바로 어메이저(Amazer)입니다. 어메이저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영상을 올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영상을 비교해 보면서 마음에 드는 영상에 투표할 수 있죠.

기업가가 말하는 앙트십 ② 이의중 어메이저 대표

이의중 대표는 어메이저를 창업하기 전,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밴드 보컬로 활동했을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재능 있는 뮤지션을 길러내는 제작자가 되기도 했죠. 그런데 앨범을 만들고 노래를 연습하는 것보다 뮤지션이 자기 자신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더 힘들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 대표는 ‘실력과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나의 매력을 뽐내며 친구를 만들고, 실력에 따라 수익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고민의 결과로 어메이저라는 앱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이의중 어메이저 대표는 밴드 활동과 제작자로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자신의 끼를 뽐낼 수 있는 동영상 커뮤니티 앱 ‘어메이저’를 개발했다.

이의중 어메이저 대표는 밴드 활동과 제작자로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자신의 끼를 뽐낼 수 있는 동영상 커뮤니티 앱 ‘어메이저’를 개발했다.

자신의 재능 알릴 방법 고민하다 앱 제작 
지난해 2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어메이저는 사용자가 두 개의 영상을 보면서 더 마음에 드는 쪽 영상을 스와이프(휴대폰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옆으로 밀어서 화면을 넘기는 것)하는 ‘배틀’ 방식이 특징인데요. 처음에는 사용자 간에 팬덤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과도한 순위 경쟁보다는 선의의 경쟁과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길 바랐죠.

“우리나라는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등수를 매기는 데 익숙해요. 경쟁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측면이 있죠. 하지만 해외 사용자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 경쟁을 하는가’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고요. 그저 내 영상을 찍어서 올리고, 다른 사람들이 영상을 봐주고, 좋은 영상이 있으면 좋다고 표현하는 것이 즐거울 뿐인 거죠. 순위 싸움이나 투표 경쟁이 아닌, 좀 더 가볍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배틀’ 수준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죠.”

어메이저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사용자의 대다수가 외국인이라는 점입니다. 주된 공략 목표를 ‘음악과 영상을 좋아하는 전 세계 십대 청소년’으로 삼았거든요. 지금의 십대는 영상을 소비하는 동시에 직접 생산하기도 하는 ‘제트 세대(Z Generation·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입니다. 그리고 음악은 언어가 통하지 않고 문화가 달라도 쉽게 공유할 수 있죠. 이런 점들이 잘 맞아떨어진 덕분에 어메이저 사용자의 95%는 미국·독일·폴란드·필리핀·브라질 등 해외 각국의 사람들이에요. 주로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높은 곳들이죠. 우리나라와 달리 음악학원이나 댄스 동아리 등이 많지 않은 이들 나라에서도 쉽게 모바일 영상을 찍고 케이팝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한국어로 된 노래 가사도 따라 부를 수 있게 로마자로 표기해서 보여줬고요. 물론 국내에서도 자신의 끼를 나타내고 싶은 사람들이 사용자로 참여하고 있죠.

학교에서 앙트십 수업을 통해 기업가정신에 대해 알게 된 김민송·이윤서 학생이 이의중 대표를 만나 그의 창업 과정과 기업가정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에서 앙트십 수업을 통해 기업가정신에 대해 알게 된 김민송·이윤서 학생이 이의중 대표를 만나 그의 창업 과정과 기업가정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에펠탑 앞에서 춤추는 영상,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등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한 영상,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광장에서 찍은 영상 등 나라별 독특한 문화가 드러나는 영상들이 많아요. 한 번은 ‘나의 반려동물을 소개해봐’라는 주제를 던졌더니 강아지와 고양이는 물론 말, 코끼리도 등장했죠. 케이팝이라는 공통점에 각 사용자들의 문화가 어우러지는 점이 재밌어요. 음악을 통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소통하는 거죠. 내가 올린 영상을 보고 스페인에 사는 사람이 투표를 해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더 재밌고 기분이 좋죠.”

이 대표는 “외국에서 어메이저를 즐기는 사용자가 우리 회사에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했어요. 한국이나 아시아의 다른 나라를 방문할 일이 있을 때 시간을 내서 ‘어메이저를 만든 사람’을 보려고 찾아온다고 해요. 이 대표는 “‘여가시간을 재밌게 보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보람도 있다”고 말했어요. 앱의 보완할 점에 대해 의견을 듣기도 하죠.

하지만 좋은 순간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매일매일이 도전이고 힘이 든다”고 그는 말하죠.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작은 규모의 회사를 꾸려가려면 모든 걸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거든요. 그는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일이 바뀔 수도 있고, 오늘의 고민이 바로 내일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어요. 어메이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자금도 필요하고 보완점을 반영한 업데이트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새로운 콘텐트도 계속 발굴해야 하죠. 모든 환경이 이미 갖춰져 있는 대기업과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회사 찾다 창업 
이 대표는 2003년 네이버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당시 네이버는 지금처럼 큰 회사가 아니었어요. 대학을 졸업할 무렵 그는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오히려 ‘불안하다’고 생각했죠. 안정적인 것을 선택하고 나면, 삶에서 불안정한 것이 있을 때 더 불안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더 도전할 수 있고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회사를 가고 싶어 선택한 곳이 네이버였어요.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이 대표는 게임회사 선데이토즈로 옮겼습니다. ‘애니팡’이라는 유명한 모바일게임을 만든 회사예요. 이곳 역시 처음에는 규모가 작았다가 점차 직원 수가 늘어났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좇아 이번에는 창업에 나서게 됐습니다. 그는 “사업을 하는 것이 결코 안정적이거나 마음이 편한 일은 아닌데, 나는 그걸 즐길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어요.

“회사 생활과 밴드 활동, 제작자로서의 경험 등이 창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도움을 줄 때도 있지만, 반대로 나도 모르게 한계를 만들게 되기도 하거든요. ‘내가 해봤는데 아마 잘 안 될 거 같다’고 생각해 버리는 거죠. 양날의 칼인 것 같아요. 저는 거창한 뜻이 있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다기보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걸 하는 다른 사람이 없으니 직접 나서서 하게 된 거예요. 고등학생 때부터 밴드를 했고, 회사에 다니기 전에도 뮤직비디오 보는 걸 제일 좋아했어요. 영화보다 압축된 내용을 영상에 담아내기 때문에 재밌어요. 그래서 영상과 음악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었죠. 네이버에서도 음악·영화·방송을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개발했어요. 덕분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배경지식을 얻었죠.”

그렇다면 이 대표가 생각하는 기업가의 자세는 뭘까요. 그는 “진정성”이라고 답했습니다.

“‘장사’와 ‘기업’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장사는 이윤을 남기려는 측면이 강하지만, 기업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면서 수익을 내는 거라고 봐요. 제품이든 서비스든 ‘나쁜 것’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만약 어떤 물건이 사람들을 속여서 싸게 만든 제품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사고 싶지 않을 테죠. 정말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팔아야 해요. 기업가로서 무엇이 가장 먼저인가 생각해보니 ‘진정성’이라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그는 “청소년들이 입시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절대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덧붙였어요. 모두가 대학을 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경쟁은 치열해지기 마련이고,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니까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이 사회에서 우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저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분야를 조금만 파보면 어떨까요.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게임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는 거죠. 그러면 다른 사람보다 깊게,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전문성이 생길 거예요.”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동행취재=김민송·이윤서(서울 영파여고 2), 사진=이원용(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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