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자랑하던 고용률 마저…금융위기 이후 최대폭ㆍ최장기간 하락
고용률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낙폭과 하락 기간 모두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고용지표 악화에 대해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취업자 증가 폭이 아닌 고용률을 봐야 한다”고 강변했던 청와대와 정부의 해명이 무색하게 됐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5세 이상 고용률은 61.1%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10년 1분기(0.5%포인트 하락) 이후 가장 크게 떨어졌다. 올해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두 분기 연속 고용률이 전년 대비 떨어졌다.
3분기 고용률 1년전보다 0.3%포인트 하락..2010년 1분기 이후 최대 낙폭 #월 고용률 8개월째 내리막...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내림세 #"고용률 어느때보다 좋다"는 청와대 강변 무색 #김동연, "이달 중 고용 대책 마련
월별 고용률은 장기간 내리막을 타고 있다. 지난달 고용률은 61.2%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달 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전년 동월 대비로 지난 2월부터 8개월 연속 줄었다. 역시 금융위기 영향이 있던 2008년 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하락세를 지속한 이후 가장 긴 내림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살 고용률도 지난달 66.8%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용률은 해당 연령대 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들어 청와대가 가장 강조한 고용 지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8월 22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해 “고용지표를 볼 때 생산가능인구(15~64세) 중 몇 명이 일자리를 갖고 있느냐를 따지는 고용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같은 달 26일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주재하면서도 “(한국 경제에) 희망의 싹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며 그 근거 중 하나로 “생산가능인구를 기준으로 한 고용률은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의 고용률 흐름은 이런 청와대의 설명과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올해 들어 취업자 증가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데 대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데 따른 ‘인구 구조 변화’ 때문”이라고 한 청와대와 정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폭이 지난달에 4만5000명을 기록해 8월보다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크게 부진한 수치”라며 “게다가 고용률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건 기존 청와대의 논리대로라면 고용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실업자 수도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올해 3분기 실업자 수는 106만5000명이다. 3분기 기준으로 1999년 이후 가장 많다. 월별 실업자는 지난달까지 9개월째 100만명을 넘었다.
정부는 고용 관련 대책을 이달 중 내놓기로 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이달 하순 무렵 발표를 목표로 관계 장관, 여당, 청와대 등과 고용 대책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투자 활성화, 혁신성장ㆍ규제혁신, 지역ㆍ산업별 맞춤형 일자리 등 3가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고용 지표악화에 공공기관에 체험 인턴을 5000명 늘리기로 하는 등 단기일자리 창출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 부총리는 “고용이 엄중한 상황인데 정부가 가만히 있으면 되겠느냐”고 강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땜질식 처방’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고용의 질을 도외시한 채 숫자만 늘리려는 정책을 펴서는 어려운 고용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간 일자리를 늘리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