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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비핵화 놓고 '프랑스 공략' 이유는?…배경은 프랑스의 대북 외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EU의 주도국인 프랑스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에서 동포들에게 "프랑스서 촛불든 고마움 잊지 않아"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13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메종 드 라 뮤투알리테에서 열린 재프랑스 동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13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메종 드 라 뮤투알리테에서 열린 재프랑스 동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의 첫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동포간담회를 열고 “이틀 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 한반도가 곧 우리 앞에 올 것이라고 자신한다”며 “자유와 평등, 박애의 나라 프랑스의 동포 여러분께서 각별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다면 더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들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르몽드는13일 자 기사에서 “한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보상과 관련해 유엔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며 “한국으로서는 유엔 안보리, 특히 프랑스를 설득하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보유국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소식을 전한 르몽드지의 보도.

문재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소식을 전한 르몽드지의 보도.

여기에는 배경이 있다. 프랑스는 EU 국가 중 에스토니아와 함께 유일하게 북한과 미수교국이다. 2000년대 들어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독일ㆍ영국ㆍ스페인 등과 달리 프랑스는 대북 외교 단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1988년 대통령 선언 이후 “프랑스의 대북 관계 개선은 북한의 기본적인 정책 변화가 이뤄지고 남북 대화의 의미 있는 진전이 선행돼야 하며, EU 및 한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결국 한반도 상황의 진전에 따라 향후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 등이 논의되기 위해서는 프랑스의 입장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르몽드는 “프랑스 외교가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가시적인 진전을 찾지 못한 채 핵 비확산의 수호자 역할만 자처하고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며 “이번에는 한국으로부터 역할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한국과 프랑스는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빛나는 역사를 갖고 있다”며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은 인류의 마음속에 자유ㆍ평등ㆍ박애 정신을 새겨 넣었고, 21세기 우리 촛불 혁명은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위기에 빠진 세계의 민주주의에 희망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러분도 프랑스에서 촛불 많이 드셨죠?”라고 묻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네”라고 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메종 드 라 뮤투알리테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재프랑스 동포 간담회에서 동포들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 정상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13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메종 드 라 뮤투알리테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재프랑스 동포 간담회에서 동포들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 정상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메종 드 라 뮤투알리테에서 열린 재프랑스 동포 간담회에서 프랑스 입양돼 디자이너로 성공한 루시 브로차드 씨에게 고국의 사랑을 담은 '하트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메종 드 라 뮤투알리테에서 열린 재프랑스 동포 간담회에서 프랑스 입양돼 디자이너로 성공한 루시 브로차드 씨에게 고국의 사랑을 담은 '하트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4개국 중 첫 번째 나라인 프랑스는 2018년 7월 가동 원전을 기준으로 58기의 원전을 보유한 세계 2위의 원전 선진국이다. 1위는 미국(99기), 한국은 6위(24기)다. 2017년 기준 전체 전력 생산의 71.6%를 원자력이 차지한다. 2015년 7월 올랑드 전 대통령이 추진한 ‘에너지전환법’이 승인되며 2025년까지 원전 비중을 75%에서 50%로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마크롱 정부도 이를 계승하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프랑스 환경연대부 니콜라 윌로 장관은 “원진 비중을 50%로 축소하는 것은 다소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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