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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작가, 친구 사이를 넘어서 …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05호 32면

책 속으로 

황인숙이 끄집어낸 고종석의 속엣말

황인숙이 끄집어낸 고종석의 속엣말

황인숙이 끄집어낸
고종석의 속엣말
황인숙·고종석 지음
삼인

책 『황인숙이 끄집어낸 고종석의 속엣말』을 다 읽은 뒤, 책꽂이에서 2016년 11월 나온 황인숙 시인의 시집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문학과 지성사)를 꺼내 펼쳤다.

“(…) / 이른 아침에 날아든/ 링에서 아웃 당한 친구 소식/ 관중도 상대 선수도/ 심판도 하나같이 비열한/ 친구의 링/ (…) / 연이은 패배를 버텨내기에/ 우린 이제 나이가 많아/ (…)” (시 ‘선방(善防)1’ 중)

시에 나온 친구가 전직 기자이자 소설가이자 언어학자인 고종석씨는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16년 1월, 고씨는 신영복 선생의 죽음 앞에서 도발적인 트윗을 날렸다.

“명복을 빕니다. 또 한 번 경쟁적 추모의 물결이 일겠구나. 나는 선생을 20년 동안 가둬놓은 장군들에게 깊은 분노를 느끼고, 그 긴 옥살이를 견뎌낸 선생에게 경외심을 느끼지만, 선생의 책에서 배운 바는 거의 없다.”

비난이 쏟아졌다. 대학 시절, 책보다 그 책에 대한 고씨의 서평을 더 탐독했고, 줄곧 그의 트윗 계정을 팔로우했던 기자도 언팔로우 버튼을 눌렀다.

황 시인은 대담 형식인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을 향해 친구를 변호한다. 친구의 본심이 그렇지 않다고,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오해는 전적으로 친구의 말버릇 탓이라고.

"고종석이 온종일 트위터 하면서 산다는데, 대체 어쩌고 있나 궁금해서 이틀에 걸쳐 샅샅이 들여다봤대. "바른 소리만 하더라. 하루종일 바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게 제정신이야?” (…) 또 그러더라. "옳은 말도 많아. 그런데 어찌나 얄밉게 하는지.” ”(42쪽)

황 시인 같은 친구를 둔 고씨가 부럽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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