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유도 이경근선수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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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올림픽 유도금메달리스트인 이경근(27·쌍용) 집안은 국내에서는 몇 안 되는 무도인 가족으로 유명하다.
지난 58년 동경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아버지 이석도씨(59·전대구시 유도회장)를 비롯한 5형제가 모두 유도인으로 단수를 합치면 자그마치 28단에 이른다.
아버지가 8단에 이선수가 6단, 큰형 용근씨(35)와 둘째형 현근씨 (32)가 각각 4단, 세째형 동근씨(29)와 막내 승근 (19·영신고 유도부주장)이 각각 3단이다.
지금은 막내를 제외한 5부자가 현역에서 은퇴, 개인사업과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이들 가족은 누가 뭐라 해도 유도로 굳게 뭉쳐 있다.
『10년 전엔 6부자가 함께 유도를 했으나 자식들이 커 뿔뿔이 헤어진 요즘에는 막내와 아침운동을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는 이씨는 1년에 한차례씩 온 가족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음력 설날이 기다려진다고.
이씨는 일본 히로시마에 살다 원폭피해를 당하고 해방후 귀국,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뒤늦게 18세때 유도를 시작했으나 천부적인 자질이 뛰어나 50년대 대통령배대회 7연패를 기록하는 등 선풍을 일으켰으며 57년에는 유도사절단으로 유럽 7개국을 순방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은퇴하기까지 2O여년동안 대구에서 지도자생활을 계속, 대구를 한국유도의 메카로 지속시켜온 이씨는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 자식들에게 유도를 가르쳤으나 네째아들이 자신이 못 이룬 세계 제패의 꿈을 실현시켜준 것에 무엇보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4O년을 유도로 일관한 이씨의 영향 때문에 가훈도 「백절불굴. 신체단련을 통해 어떤 난관도 극복한다는 유도정신을 그대로 살린 것.
『우리형제는 아버님의 뜻에 따라 경기에서도 승부보다는 최선을 다한다는 정신으로 싸워왔다』는 장남 용근씨는 이같은 정신이 사업을 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
6부자의 유도복을 세탁하고 수선하는 일로 반평생을 보낸 어머니 김옥금씨 (56)는 온 가족이 큰 병 한번 앓는 일 없이 건강한 것에 남다른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최근 현역에서 은퇴를 선언, 지도자의 길을 선언한 이경근도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아버님의 끈기있는 뒷바라지의 결실』이라면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 후배들을 양성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유도가 생활화한 이씨 가정은 지난해 이경근선수가 세계 제패한데다 막내 승근이가 영남대에 입학, 경사를 맞고 있다. <대구=이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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