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우리 승인 없이 안 할 것" 5·24조치 해제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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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에 상륙한 허리케인 마이클의 잠재적 피해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따.[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에 상륙한 허리케인 마이클의 잠재적 피해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따.[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장관의 한국 독자 제재인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과 관련 "우리 승인 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9·19 평양선언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강경화 장관에게 전화로 "뭐하는 거냐"고 항의한 데 이어 대통령까지 한국의 독자 제재 완화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다.

폼페이오, 남북 군사합의 항의 이어 #9·19 평양선언 경협 활성화도 반대 #국무부 "제재 완화, 비핵화후 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 외교 여지를 만들기 위해 일부 제재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질문에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한국 정부와 접촉하고 있느냐에 "그렇다"며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북 제재에 관한 한 한국 정부의 독자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국무부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도 이날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제재 완화는 비핵화를 뒤따를 것이라고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며 "미국은 그 지점에 도달하자마자 제재 해제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티브 비건 대북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실무협상 일정과 관련해 "지금으로선 발표할 여행 일정이 없지만, 현재 검토 중에 있다"며 "(협상 일정을) 곧 발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건 대표가 이끄는 실무협상의 초점의 일부는 북·미 두 지도자의 두 번째 정상회담 준비에 둘 것"이라고도 했다.

5.24 조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두 달 뒤인 같은 해 5월 우리 정부가 단행한 독자 대북제재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방북 불허,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불허,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 내용이 담겼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대해 강경화 장관은 10일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5·24 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답변해 독자 제재 해제 논란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9·19 평양선언 이후 남·북 철도연결 사업을 포함한 경협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에도 쐐기를 박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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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비핵화의 결정적 조치가 이뤄줘야만 제재 해제를 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북·미 2차 정상회담 장소가 싱가포르와 다른 3~4곳으로 좁혀졌다"고 발표하면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며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북한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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