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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토부, GTX-A 연내착공 맞추려 수백억 물어낼지도 모를 '공문' 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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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조감도.

GTX 조감도.

 국토교통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의 연내 착공을 밀어붙이기 위해 자칫 수백억원을 물어줘야 할 지도 모를 위험 부담을 지닌 '공문'을 민간사업자에게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협상 중인 민간사업자에게 협상과 함께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실시설계도 병행하라고 사실상 요구하는 내용이다.

신한은행에 '협상과 실시설계 병행'요구 #협상 중에 정부의 이런 공문 극히 이례적 #정부 규정엔 사업자 책임 하에 가능 명시 #수백억 드는 실시설계, 통상 협상 뒤 착수 #협상과 병행했다 결렬되면 자칫 큰 손실 #신한은행측 "공문 근거로 실시설계 착수" #전문가 "연내착공 위해 정부가 큰 무리수, #협상결렬 시 수백억 물어줘야 할 위험" #국토부, "빠른 추진위한 것, 연내착공 무관" #송석준 의원 "무리한 목표 매달린 탓" 지적 #

 이 같은 사실은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GTX-A 민간사업 추진에 따른 협조요청' 공문에서 밝혀졌다.

 지난 6월 4일 발송된 이 공문은 GTX-A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신한은행 컨소시엄(이하 신한은행) 측에 보낸 것으로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 따르면 협상 중에도 착공을 앞당기기 위해 실시설계 등을 병행할 수 있으므로, 실시협약 체결 후 빠른 실시설계 승인 및 착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적혀 있다. 이 같은 공문이 발송된 사실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도 보고됐다.

 이후 실제로 신한은행 측은 이 공문을 근거로 실시설계에 착수해 현재 진행 중이다. 앞서 신한은행 측은 지난 5월 현대건설컨소시엄을 제치고 경기도 동탄~운정을 잇는 GTX-A노선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총 사업비는 3조원대이며 착공에서 완공까지는 5년가량 걸린다.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는 2009년부터 협상 중에도 실시설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협상을 끝내고 실시협약을 맺은 뒤에도 실시설계, 환경영향평가,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착공까지 통상 1년가량이 걸리기 때문에 이를 조금이라도 단축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이 조항은 민간사업자가 전적으로 자기 책임 하에 한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실시 설계에는 수백억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협상 중에 병행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자칫 협상 결렬 시 민간사업자로서는 투입한 돈을 모두 날릴 우려가 있는 탓이다.

 그래서 신분당선 용산~강남, 소사~대곡 철도 등 경쟁사업자가 없고, 시한이 촉박한 경우 예외적으로 협상과 실시설계가 병행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의 경우도 정부가 실시설계 병행을 요청하는 공문은 보내지 않았다. 정부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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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문에 철도업계에서는 국토부가 해당 공문을 발송한 것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잘되면 좋겠지만, 만일 결렬될 경우 국토부는 자신들이 보낸 공문 때문에 실시설계 비용을 돌려달라는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지역구와 관련깊은 GTX-A의 연내 착공을 달성하려고 상당히 무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현미 장관은 청와대 업무보고와 국회 발언 등을 통해 “GTX-A를 연내 착공하겠다”고 연이어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 측도 "협상 중에 실시설계를 병행하는 건 국토부 요청에 따른 것으로 만일 협상이 결렬되면 그 비용은 정부에 청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여러 차례 GTX-A의 연내 착공을 공언했다. [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여러 차례 GTX-A의 연내 착공을 공언했다. [뉴시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민자사업기본계획에 해당 조항이 있다는 사실은 민간사업을 준비하는 업체는 다 아는 사실인데 굳이 국토부가 이걸 명시해서 협조를 부탁하는 공문을 보낸 건 사실상 실시설계를 먼저 하라는 요구인 셈"이라며 "이런 공문은 협상도 끝나기 전에 신한은행 측을 사실상 사업자로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진행 중인 협상 자체를 무력화시킬 우려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태형 국토부 민자철도팀장은 "그동안 민간사업이 제때 진행이 안 됐기 때문에 좀 더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자는 취지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연내 착공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토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간부는 "협상 중에 정부가 실시설계 병행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건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 연내 착공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송석준 의원

송석준 의원

 송석준 의원은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 원활하게 신속히 진행되는 게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무리한 목표에 매달려서 자칫 협상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재정에 큰 손실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행위를 한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용어사전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GTX-A노선 사업은 파주 운정~동탄 사이 83.1㎞ 구간 중 파주에서 삼성역 북단까지 43.6㎞ 구간에 지하 40m 이상 깊이로 복선전철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동탄까지의 나머지 구간은 수서고속철도(SRT)가 운행 중인 노선을 같이 사용하게 된다. 총 사업비는 3조원대이며 착공에서 완공까지는 5년 가량 걸린다.
 영업 최고속도가 시속 180㎞에 표정속도는 시속 100㎞로 운행할 계획이다. 표정속도는 전 구간을 실제 운행시간으로 나눈 것으로 각 역에서 정차하는 시간까지 포함한다. 동탄에서 삼성까지 19분, 일산 킨텍스에서 서울역까지는 14분 정도면 주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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