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4당시대' 민심 르포] 中. 태풍에 흉흉한 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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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8일 오전 김해공항에서 부산 시내로 향하는 택시 안.

한창 태풍 '매미'를 화제로 삼던 택시기사 심기택(45)씨는 "사람들이 다 나랏님(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이 지경이라 안캅니까"라며 "(임기) 5년을 다 채울지도 걱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당에 대해 넌지시 물었더니 그는 "그거 노무현당인거 다 아는데 누가 찍겠습니꺼"라고 했다.

19일 아침 자갈치시장에서 생선 좌판을 벌이고 있던 김경자(53.여)씨는 "여그선 대통령 인기 없어예"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盧대통령 지원 연설로 유명했던 '자갈치 아지매'에 대해 물었더니 "요새도 왜 그때 씰데없이 나섰느냐고 욕 마이(많이) 묵는다"고 전했다.

'자갈치 아지매'는 이미 새벽 장사를 마친 뒤라 만날 수 없었다.

경기 침체에 태풍까지 몰아쳐 민심이 흉흉한 부산에선 정치권 얘기, 특히 盧대통령과 신당 얘기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호남을 버리다시피하며 신(新)4당 체제를 출현시킨 통합신당이, 가장 기대를 거는 부산에서 결코 쉽지 않은 총선 싸움을 벌어야 할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광복동에서 만난 회사원 김난기(36)씨는 대선 때 盧대통령을 지지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한나라당이든 신당이든 관심이 없다. 주위 동료들도 다 마찬가지다"고 했다.

부산대 앞에서 만난 대학생 金모(21)양은 "한나라당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예. 인물도 안 바뀌고 맨날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꼬집었다.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신당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었다. 건설업자 金모(53)씨는 "예전과 달리 연제구, 북-강서을 등 몇몇 지역은 신당이 공천만 잘 하면 해볼 만하다는 소리가 나온다"며 "한나라당이 신당의 가능성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한나라당 부산시지부의 윤태경 사무처장은 "지난 대선 때 부산에서의 盧대통령 지지율은 29%에 불과했다"며 "경제난에다 빈약한 정치력으로 대통령 인기가 하락세여서 신당이 힘을 받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산 지역 신당 추진의 핵심인 정윤재 전 민주당 사상지구당 위원장은 달리 봤다. 鄭위원장은 "얼마 전 지역 신문의 여론 조사 결과가 매우 좋아 당원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강서을에선 신당 지지도가 한나라당을 간발의 차로 앞서기도 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는 없어진 지 오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부산 시민들이 속으론 盧대통령이 여기 출신인데 잘 돼야지 하는 기대가 높다"며 "밑바닥에 깔려 있는 대통령.신당에 대한 지지와 뜬 공기는 다르다"고 했다.

부산 지역의 한 고위 공무원은 "현재 상황대로라면 신당 바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남은 7개월 동안 상황이 바뀔 변수는 있다"고 했다.

"지역 경제가 회복세를 보여 대통령의 인기가 올라가고 신당이 참신한 인물을 내놓는 반면 한나라당이 물갈이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면 판세가 뒤집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40%에 달하는 부산 부동층의 표심이 이런 변수들에 좌우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부산=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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