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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클릭]구하라 전 남친에겐 적용될까?…통신매체이용음란죄 지난해 기소율 24%에 불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수 구하라씨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가 구씨와 다툰 후 성관계 동영상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디지털 성범죄’ 논란이 뜨겁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ㆍ보복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는 것)와 같은 범죄자를 징역형 등으로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내용이 올라왔고, 사흘 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의 추세를 보면 디지털 성범죄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처벌 수위는 오히려 약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성폭력특별법상 ‘통신매체이용 음란죄’로 접수된 사건은 약 5배 증가했다. 2008년 432건에서 2017년 214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검찰 기소율은 45%에서 24.5%로 오히려 떨어졌다.

최근10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기소율

최근10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기소율

통신매체음란죄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ㆍ우편ㆍ컴퓨터ㆍ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ㆍ음향ㆍ글ㆍ그림ㆍ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범죄다.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법조계에서는 최씨처럼 관계가 나빠진 여자친구에게 과거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보낸 행위는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도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죄로 기소된 범죄자들의 형량은 높지 않다. 그마저도 대부분 벌금형 수준이고 구속 기소는 평균 1%도 안 된다. 지난해 2140건이 접수돼 1985건이 처리됐고, 이중 구속 기소 10명(0.5%), 불구속 기소 159명(8%), 벌금형인 구약식 기소 318명(16%), 무죄 등으로 불기소처분 721명(36.3%)이다. 나머지 39.1%는 기소중지, 보호사건 송치 등이다.

금태섭 의원

금태섭 의원

2013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관계가 나빠진 내연녀 A씨에게, 성관계 때 찍은 A씨의 나체사진 2장을 전송한 B씨가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적용받았다. 당시 A씨는 남편과 함께 있었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호소했고, B씨는 “피해자를 협박하려고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설령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촬영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진을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할 당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흔히 ‘몰카 범죄’라 불리는 성폭력특별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역시 2008년 514건에서 지난해 6632건으로 12배 증가했다. 기소율은 64.7%에서 34.2%로 떨어졌다. 구속율은 2008년 5%, 2009년 4.6%였고 그 이후 쭉 2%대에 머물고 있다. 금태섭 의원은 “최근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검찰과 법원이 현행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관련법 개정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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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는 자신이 직접 자기 몸을 촬영한 영상물도 타인이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 성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영리 목적의 불법촬영범죄를 징역형으로 강력히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등 130여 건의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디지털 성범죄=타인의 특정 신체 부위가 담긴 불법 촬영물을 제작ㆍ유포하는 행위, 음란물을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 등을 통칭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특별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와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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