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북군사합의 본 폼페이오, 강경화에 뭐 하는거냐 격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냐”

"남북정상 군사분야 합의에 격노" #"미측과 협의는 커녕 통보도 없어" #아사히 "북. 핵리스트 제출 있을 수 없다며 거부" #"한국, 평양에 연락사무소 설치 타협안 제시"

지난달 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목소리는 격노로 가득했다고 한다. 전화 상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0일 최근 남북 화해 무드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크게 화를 낸 소동이 있었다고 전하며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을 힐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방한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왼쪽)이 7일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방한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왼쪽)이 7일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신문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이 크게 화를 낸 이유는 지난달 18~19일 평양에서 열린 제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 중 군사분야 때문이었다. 미군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임은 물론이고, 한국 측으로부터 사전에 상세한 설명이나 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특히 미국 측이 화를 낸 것은 남북 군사경계선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간 한·미 양국 군은 이 지역 상공에 수시로 정찰기 등을 띄워 북한군을 감시해왔다. 그런데 이 길이 봉쇄되어버리면 북한을 향한 눈을 가려버리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군사분야 합의서에 한·미 군사훈련을 제한하는 항목도 포함돼 있는데, 미 의회에서는 “한국은 이미 주한미군이 없어도 되는 걸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 7일 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 예방을 마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서울 모처에서 만나고 있다.   외교부는 두 장관이 만찬 협의를 갖고, 폼페오 장관의 금번 방북결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사진 외교부]

지난 7일 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 예방을 마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서울 모처에서 만나고 있다. 외교부는 두 장관이 만찬 협의를 갖고, 폼페오 장관의 금번 방북결과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사진 외교부]

이 신문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일 방북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의에 응하겠다고 약속한 걸 보면, 핵위기가 최악의 시기는 지난 것처럼 보이지만 냉정히 상황을 바라보면 현실은 정반대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아사히 신문도 지난 7일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이 종전선언 체결과 비핵화 리스트 제출을 놓고 치열하게 샅바싸움을 벌였다는 소식을 북·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나 유엔사령부 해체 등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대상 리스트 제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폼페이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만남. 2018.10.7 [사진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폼페이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만남. 2018.10.7 [사진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미국 사찰단 수용뿐 아니라, 영변 핵시설의 무기용 플루토늄 생산시설 및 우라늄 농축시설도 폐기하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도 끝내 ‘핵 리스트 제출’에는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비핵화 대상 리스트와 비핵화 시간표를 제출하지 않는 한 종전선언은 어렵다는 기존 입장에 기반해 "현시점의 조치로는 종전선언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전했다고 한다.

이 신문은 한국이 타협안으로 북한이 지금까지 의사를 밝힌 비핵화 조치에 대한 보상으로, 평양에 미국의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도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폼페이오 장관이 힐난, 격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 정부는 남북 군사회담 등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을 위한 모든 과정에서 미 측과 긴밀히 협의해왔으며, 앞으로 이행과정에서도 미 측과 다층적·다각적 협의와 협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유지혜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