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중앙신인문학상] 김채린 당선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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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다가 갑자기 덜컥 겁이 난다.

글 쓴 것을 어디든 내보라는 말들에 베이스가 충분해진 후라고 대답을 일관했지만 지금이 과연 그 때인지 내 스스로 가늠이 잘 안된다. 최대의 호기는 최대의 위기일 수도 있다고 내가 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을지 몹시 두려우나 한편으로는 몹시 설레기도 한다.

나보다 더 맛깔스러운 글을 썼으나 운이 없어 당선되지 못한 분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그 분들이 앞으로 스치는 욕망과 조야한 생각으로 글이 얼룩지는 것을 막는 내 마음의 바리케이드가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쓴 글을 보시더니 대뜸 나의 이름이 전혜린을 연상시킨다고, 그래서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도 못하던 나에게 작가를 하려면 필명부터 지으라고 말씀해 주셨던 최시한 선생님이 생각난다.

끝끝내 작가다운(?) 이름을 짓는 것은 포기하고 말았지만 선생님의 그 스쳐지나간 한 마디가 나에게는 작가의 가능성이라는 씨앗을 품게 하였고 컴컴한 바다 위 한 줄기 등대 빛이 되어 주었다.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생각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쓰디쓴 혹평 덕에 자존심은 상했지만 내 글과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준 백군, 언제나 좋은 생각을 나누어주는 하감독, 든든한 형제 같은 홍군들과 동호회 친구들 모두 감사한다. 무엇보다 끝까지 나를 믿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많은 부족함에도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과 발판을 마련해준 중앙일보에도 감사드린다. 이제 남은 것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일인 것 같다. 감성과 이성, 욕구와 책임 사이에서 균형과 노력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드린다.

◇김채린 약력

▶76년 전북 전주 출생

▶2001년 숙대 의류학과 졸업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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