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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북한 영변 핵시설 폐기 때 사찰 요구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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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태운 평양발 전용기는 7일 오후 5시13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그는 직후인 오후 5시20분 트윗을 통해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을 오전에 2시간 동안 만났다. 곧이어 1시간30분 동안 북한 내 외빈 숙소인 백화원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김·폼페이오 오찬 등 210분 회동 #김 위원장 “미래 기약 아주 좋은 날” #백화원 오찬장엔 김영철도 참석 #문 대통령 “방북 결과 공개” 제안에 #폼페이오 “둘만 있을 때 얘기할 것”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식사 시작 전 카메라 앞에서 악수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 어깨에 손을 올리며 함께 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오찬장으로 이동하는 복도에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좋은 회담을 한 뒤 이제 함께 맛있게 점심을 먹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국무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복도를 걸으며 “불편하진 않았습네까?”라고 묻고 폼페이오 장관이 “모든 것이 훌륭했다. 다시 한번 함께 시간을 보내게 돼 매우 기쁘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오찬 시작 전엔 “우리 양국의 밝은 미래를 기약하는 아주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오전(면담)이 매우 성공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부를 전해 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오후 자신의 SNS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한 사진을 게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을 잘 방문해 김 위원 장과 만났다“며 ’우리는 (올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들에 대해 계속 진전을 이뤄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오후 자신의 SNS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한 사진을 게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을 잘 방문해 김 위원 장과 만났다“며 ’우리는 (올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들에 대해 계속 진전을 이뤄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이어 진행된 오찬장 사진에는 김영철 북한 중앙위 부위원장이 등장했다. 김영철은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왼쪽에 나란히 앉았다. 김영철은 앞서 평양 순안공항에 대기하다 폼페이오 장관을 맞으며 “환영한다. 김 위원장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한국임무센터장도 동행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속 행렬의 맨 뒤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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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서울에 도착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빨리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가급적 빠른 시일’이라고만 한 것으로 미뤄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를 확정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단 소수의 후보군으로 회담 시점과 장소를 좁혔을 가능성은 있다.

청와대는 또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 ▶미국 정부의 참관 ▶미국의 상응조치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참관 논의가 있었다는 발표는 북한이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약속한 ‘유관국 전문가 참관 아래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가 이날 평양에서 논의됐음을 뜻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동시에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해 사찰 수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영변 폐기의 전제조건으로 단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는 것은 종전선언 등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언론 카메라가 많이 있으니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난) 그 결과에 대해 공개할 수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여기서 더 할 말은 없다. 둘만 있을 때 김 위원장과 나눈 대화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양측은 실무협상단 구성에도 합의했다. 비핵화와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9·19 남북 정상회담 직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티븐 비건 대표와 비핵화 협상을 개시할 북측 대표를 보내달라고 제안했지만 그간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 예방, 강경화 장관과의 업무 만찬 직후 트위터에 “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의 진전과 밀접하게 연계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한국 친구들, 동맹들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올렸다. 평양을 방문했던 당일 서울에서 이같이 밝혀 대북제재 틀 내에서의 남북 경협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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