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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찰 인터폴 수장 초유의 실종사건, 알고 보니 중국서 억류

중앙일보

입력

세계 각국 수사기관의 공조·협력조직인 인터폴의 수장이 실종돼 인터폴 주재국인 프랑스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알고 보니 중국의 수사 당국에 연행돼 격리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종된 당사자는 멍훙웨이(孟宏偉ㆍ64) 인터폴 총재로 중국 공안부 부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중국으로 일시 귀국길에 오른 뒤 사라진 그의 행방과 관련해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에 의해 모처에 격리된 채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멍훙웨이 인터폴 총재 [AP]

멍훙웨이 인터폴 총재 [AP]

멍 총재의 실종 사실은 프랑스에 거주중인 부인의 신고로 처음 알려졌다. AF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멍 총재는 지난달 29일 중국 출장을 간다면서 프랑스 리옹의 집을 나선 이후 연락이 끊겼다. 리옹에는 인터폴 본부가 있다. 신고를 접한 프랑스 경찰은 멍 총재가 중국 공항에 도착한 사실까지 확인했다.
SCMP에 따르면 멍 총재는 중국 공항에 내리자마자 어딘가로 끌려갔으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혐의는 무엇인지, 어느 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가족이 실종 신고를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당국은 멍 총재의 연행 사실을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터폴은 성명을 통해 “법 집행 채널을 통해 중국 당국에 멍 총재의 상황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다”며 중국에 해명을 요구했다. 또 프랑스 내무부는 “멍 총재의 부인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 것을 우려한다”며 리옹 현지 경찰이 멍 총재의 가족을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멍 총재는 2016년 11월 중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임기 4년의 인터폴 총재에 선출됐다. 그는 2004년부터 중국 공안부 부부장(차관급)에 임명됐고 현재까지도 부부장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공안부 내의 공산당 조직인 당 위원회 위원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당국의 조사가 이 무렵에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음을 추측하게 한다.
일각에선 그가 2014년 실각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부패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저우가 공안부장을 맡고 있을 때 부부장으로 임명됐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2014년 저우의 인맥을 완전 소탕에 가깝게 제거했고, 그가 현직 공안부 부부장 직책을 발판으로 인터폴 총재가 된 시점은 2016년이란 점에서 그가 저우융캉과 무관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멍 총재가 인터폴 총재에 선출된 것은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뒷받침에 의해서였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초기부터 전례없이 강력한 반(反)부패 캠페인을 벌인 중국은 해외로 도피한 부패범 및 정치범 추적에 인터폴을 적극 활용해 왔으며 이에 따라 그를 인터폴 수장으로 밀었다. 이를 놓고 2016년 멍의 인터폴 총재 취임 당시부터 중국 정부가 해외의 반체제 인사를 추적하는 데 인터폴을 동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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