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KT배왕위전 : 작용, 반작용의 이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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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40기KT배왕위전'

<16강전 하이라이트>
○ . 원성진 7단 ● . 이세돌 9단

"궁할 때는 적에게 기대라"고 하는 바둑 격언이 있다. 피곤하면 기대는 것은 맞는데 적에게 기대라는 것은 매우 특이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기대면(접촉하면) 탄력이 생긴다. 기대면 상대는 밀어내게 되어 있고, 그때 밀어내는 힘에 편승해 탄력이 생겨난다.

반대로 공격하는 쪽에서 생각해 보자. 내가 힘을 쓰면 궁한 상대가 탄력을 얻는다. 그러므로 공격을 원하면 힘을 써서는 안 된다. 몸싸움도 피해야 한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 게 공수의 이치다.

장면1=원성진 7단이 84로 끊자 이세돌 9단은 85로 시원하게 뛰어나간다. 백은 끊긴 끊었지만 다음 수가 안 보인다. 백? 두 점도 약해 섣불리 움직이다가는 쪽박을 찰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판의 잠재적 화약고라 할 우상 쪽은 또 어떤가. 귀의 흑이 A로 막는 것은 백B로 잡힌다. 그러나 C로 먹여치고 백D로 살 때 흑도 귀를 살릴 수 있다. E로 두어 패로 넘는 수도 있다.

백?들도 얼핏 포위된 모습이지만 흑 귀가 더 약해 아직은 끄떡없다. 우상을 서로 손 빼고 있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아무튼 지금은 우변 처리가 발등의 불인데….

장면2=86으로 붙여간 수, 그리고 88로 되젖힌 수가 무릎을 치게 만든다. 이세돌 9단은 87, 89로 강력히 응징하고 나섰지만 백은 상대의 힘을 이용, 90과 92를 연타하며 자연스럽게 우변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91의 양단수가 시원하기는 하지만 책략에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96으로 패가 벌어졌고 백 우세는 계속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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