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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자택 경비 비용' 계열사 돈 사용 조양호 회장 기소 의견 송치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월 12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는 조양호 회장. [연합뉴스]

지난 9월 12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는 조양호 회장. [연합뉴스]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이 개인 자택 경비 비용을 계열사에서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 회장 및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 원종승(66) 대표, 팀장 문모씨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를 적용, 이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손주 모래놀이터 공사에 직원 동원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배임 내역이 적힌 경찰 서류. [자료 서울지방경찰청]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배임 내역이 적힌 경찰 서류. [자료 서울지방경찰청]

경찰 조사 결과 정석기업은 2003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종로구 구기동(이사 전), 평창동(이사 후)에 위치한 조 회장 자택에 근무하는 경비원 24명의 용역대금 16억 1000만원 상당을 회사 자금으로 대신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비원 채용과정 및 계약도 정석기업 이름으로 진행했다. 경비비용 뿐만 아니라 자택의 폐쇄회로(CC)TV 설치, 조 회장 손주들을 위한 모래놀이터 공사 등 크고작은 보수공사 비용 4100만원도 정석기업에서 지급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석기업은 조 회장 자택에 드는 비용을 ‘한진빌딩 주차용역 대금 및 시설 공사비용’ ‘부암동(정석기업 소유 빌딩) 경비용역대금’ 등으로 허위 도급계약서를 작성해 부당한 대금지급을 감추려 했다. 초기에는 도급업체 임원의 개인 계좌로 공사대금을 현금지급하는 등 금전거래도 회사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로 진행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를 설명하는 경찰 자료 [자료 서울지방경찰청]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를 설명하는 경찰 자료 [자료 서울지방경찰청]

조 회장 자택에 편법 고용된 경비원 18명은 한결같이 “경비업무 외에도 강아지 산책 및 배변 정리, 화단에 물 주기, 쓰레기 분리배출 등 잡무도 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경찰은 “모래놀이터 공사 때는 정석기업 직원 10명이 동원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관련자들은 이런 ‘업무 외의 잡무’는 주로 이명희 전 이사장이 지시했다고 전했다.

"회장님 사모가 경비 뽑으라고 해서…" 

경찰은 조씨 일가가 이런 편법 고용에 대해 알고 있었고,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75)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실질적인 업무 지휘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비용역업체 ‘U'사의 2014년 내부 보고 메일에서는 ’회장님 사모님에게 계약 변경에 대한 설명이 어려움‘이라는 내용이 발견됐고, 2018년 5월 피의자인 정석기업의 문모 팀장과 U기업 실무진과의 통화에서는 “회장님 사모가 경비를 뽑으라고 해서 뽑았잖아. 100프로 배임이에요 회장님은”라는 발언도 있었다.

이 전 이사장은 “정석기업에서 경비를 데려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조 회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시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 회장은 “알고는 있었으나 지시한 적은 없다. 정석기업에서 알아서 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조 회장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3차례에 걸쳐 16억 5100만원 전체를 변제했다.

지난 5월 경비 용역 관련 비위사항을 제보받은 경찰은 정석기업 및 경비업체를 압수수색하고 조 회장과 부인 이 전 이사장, 정석기업 원 대표 등 36명에 대한 소환조사 끝에 3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조씨 일가 및 정석기업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다 변제했고, 출석에도 문제가 없어서 수사 과정에서까지 구속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실질적 업무 지휘는 했으나 자금 총괄권은 조 회장에게 있기 때문에 이번 배임 혐의 관련해서는 기소 대상에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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