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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빙빙 탈세로 1438억 추징 … 무성했던 권력 연루설 봉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판빙빙

판빙빙

중국의 유명 여배우 판빙빙(范冰冰·37·사진)이 탈세혐의로 8억8384만6000위안(약 1438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고 관영 신화사가 3일 전했다. 판빙빙이 종적을 감춘 지 124일 만이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판빙빙은 총 2억4800만 위안(약 403억3700만원)의 세금을 탈루했고, 기한 내에 벌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공안기관으로 이송돼 형사처분을 받게 된다.

이중계약서 등 403억 탈세 혐의 #판빙빙, 실종 124일 만에 등장 #“내 행동 반성, 탈세 죄송” 사과문 #한때 쩡칭훙·장쩌민 측근 거론도

판빙빙 사건이 세간의 큰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유명 연예인과 거물급 정치인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 시작은 2003년 영화 ‘휴대폰’이었다. 이 영화로 인해 감독을 맡았던 펑샤오강(馮小剛·60)과 인기 앵커 추이융위안(崔永元·55)은 원수가 된다. 영화에서 불륜을 즐기는 남자 주인공이 실제 인물인 추이융위안과 100%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추이융위안은 큰 타격을 받았고, 펑샤오강과 영화에 출연한 판빙빙에 대해 원한을 갖게 됐다고 한다. 15년이 지난 2018년 원년 멤버들이 다시 뭉쳐 ‘휴대폰 2’를 제작하자 추이융위안은 본격적인 복수에 들어갔고, 여주인공을 맡은 판빙빙의 탈세 혐의를 당국에 제보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직후인 지난 6월 2일 판빙빙은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마지막 글을 남기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후 확인되지 않는 의혹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중화권 반중 매체들은 판빙빙이 펑샤오강 감독과 소속사 화이형제(華誼兄弟)를 매개로 홍콩 연예계 큰 손인 전 국가부주석 쩡칭훙(曾慶紅)의 동생 쩡칭화이(曾慶淮), 둥핑(董平) 차이나비전(文化中國) 회장 등과 깊이 연결됐다고 주장한다. 또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파벌의 자금관리를 맡아온 밍톈(明天)그룹 샤오젠화(肖建華) 회장이 지난해 홍콩에서 실종된 뒤 연예계 파일을 현 집권층에 제공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따라서 그동안 유언비어가 무성했던 판빙빙 사건은 결국 연예인의 대규모 탈세 사건으로 매듭 지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신화사는 “지난 6월 초 판빙빙의 ‘이중계약(陰陽合同)’ 탈세 제보를 받은 뒤 국가세무총국이 이를 중대한 사건으로 간주하고, 장쑤(江蘇)성 등 지방 세무국과 수사에 착수해 현재 조사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조사 결과 판빙빙은 한국 배우 송승헌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합작영화 ‘대폭격’에 출연하면서 3000만 위안(49억원)을 받았지만, 1000만 위안으로 축소해 신고했다. 미신고 소득 2000만 위안에서 소득세 618만 위안, 영업세·부가세 112만 위안을 덜 납부하는 등 730만 위안(12억원)을 탈세한 셈이다. 판빙빙과 소속사는 그동안 유사한 방식으로 총 2억4800만 위안(403억3700만원)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처벌 대신 일단 천문학적인 벌금 고지서를 지난달 26일 발부했다. 판빙빙 측의 이의제기가 없어 지난달 30일 관련 법률에 따라 추징세 2억5500만 위안, 가산세 3300만 위안과 각종 벌금 등 총 8억8384만6000위안(약 1438억원)을 부과한 ‘세무처리결정서’와 ‘세무행정 처벌결정서’를 공식 발송했다. 판빙빙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무샤오광(穆曉光)은 이중장부 작성 혐의로 공안기관에서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

행적이 묘연했던 판빙빙은 탈세에 대한 벌금 부과 소식이 보도되자 사과문을 냈다. 그는 “내 행동을 매우 반성하고 모두에게 죄송하며 전력을 다해 세금과 벌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또 “이중 계약을 하고 탈세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공인으로서 법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내가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와 인민의 응원 덕분이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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