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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 금지된 살충제 DDT 아직도 일부 농경지에서 검출돼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8월 달걀과 닭에서 DDT 성분이 검출됐던 경북 영천시 도동의 한 재래닭 사육농장.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해 8월 달걀과 닭에서 DDT 성분이 검출됐던 경북 영천시 도동의 한 재래닭 사육농장. 프리랜서 공정식

45년 전인 1973년 전면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DDT가 국내 토양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DDT(정식 명칭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는 대표적인 난분해성 유기오염물질이자 환경호르몬으로 토양 중에서 분해돼 농도가 10분의 1로 줄어드는 데 약 5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란과 닭에서 모두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 성분이 검출됐던 경북 영천의 토종닭 사육농장에서 지난해 8월 25일 오전 닭 폐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천=프리랜서 공정식

계란과 닭에서 모두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 성분이 검출됐던 경북 영천의 토종닭 사육농장에서 지난해 8월 25일 오전 닭 폐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천=프리랜서 공정식

환경부는 지난해 8월 경북 경산·영천 지역에서 달걀과 닭, 토양에서 DDT가 검출된 것을 계기로 전국 토양측정망 110곳과 경산·영천 지역 농경지 40곳 등 150개 지점에서 농약 성분 실태를 조사해 3일 공개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토양 시료 채취 지점 인근의 지하수 62곳도 함께 분석했다.

이번 조사결과, 150곳의 DDT 농도는 불검출(정량 한계 미만)에서 최고 2.2ppm까지, 평균 0.023ppm이 검출됐다.

캐나다 환경장관위원회의 농경지 안내 지침 기준치인 0.7ppm을 초과한 곳은 2곳으로, 각각 DDT 농도는 1.06ppm과 2.2ppm이었다. 다른 지점의 농도는 0.036ppm 이하였다.

0.7ppm을 초과한 곳은 경산·영천이 아닌 다른 지역이었으며, 이들 지점에서 생산된 농산물에서는 DDT가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해 농촌진흥청 조사 당시 경산지역 농경지에서는 0.046~0.539ppm이, 영천시 농경지에는 0.176~0.465ppm이 검출된 바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0.7ppm을 초과한 지역도 농경지에서 농민들이 영농작업을 하더라도 위험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즉, 인체 노출량은 체중 1㎏당 0.000004㎎ 정도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하루 섭취 허용량 0.01㎎의 2500~4800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지하수에서 DDT가 검출된 곳은 없었다.

DDT 등 농약 성분은 토양오염물질로 지정되지 않아 환경부가 토양측정망 지점에서 이들 농약 성분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측정망에서는 DDT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최고 0.079ppm(㎎/㎏)까지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행식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사무관은 "이번에 DDT가 검출되기는 했으나,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검출 지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검출 지역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계속해 오염 피해가 우려될 경우 토양오염물질로 지정하고 기준을 설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이번에 검출된 DDT는 과거에 뿌려진 것으로 추정되며, 토양의 조건에 따라 분해 속도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DDT [중앙포토]

DDT [중앙포토]

DDT는 유기염소 계열의 살충제로 1939년 개발돼 1945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농업에 널리 사용됐다.

하지만 먹이사슬을 거쳐 생물농축이 되고, 환경호르몬으로서 생태계와 사람 건강에 미치는 피해가 확대되면서 금지됐다.
국내에서도 1971년 농약 허가가 취소됐고, 1973년에는 보건용 사용을 포함해 전면 사용이 금지됐다.

캐나다의 경우 농경지와 주거지를 대상으로 DDT 0.7ppm 이하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주거지에 7ppm 이하, 독일은 주거지에 80ppm 이하, 호주는 주거지에 240ppm 이하 등의 기준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환경부는 이번 조사에서 DDT 외에 14종의 유기염소계 농약도 조사했다.
이들 농약의 경우 일부 지역의 토양과 지하수에서 미량 검출됐으나, 국외 토양 환경관리기준이나 WHO 기준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클로르데인의 경우 최고 0.01ppm이 검출됐으나, 미국 주거지 기준치 2ppm이나 호주 주거지 기준 50ppm보다는 낮았다.

디엘드린의 경우 지하수에서 최고 0.0035ppb(㎍/L, 1㎍=1000분의 1㎎)까지 검출됐으나, WHO의 먹는 물 지침값 0.03ppb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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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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