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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군 사기 꺾은 국군의 날 행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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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건군 70주년 국군의 날 행사가 어제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가수 공연과 함께 조촐하게 열렸다. 우리 군의 첨단무기 공개나 열병식은 없었다. 서울이나 계룡대에서 진행해 온 기념행사를 지난해엔 평택에서 열더니 올해는 좁은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했다. 그것도 야간에 실시했다. 더구나 5년마다 해 왔던 국군 시가행진을 건군 70주년의 꺾어지는 해인데도 생략했다. 국군의 날을 점점 위축·퇴색시키려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평일 오전에 열리는 국군의 날 행사는 다수 국민이 시청하기에 쉽지 않아 저녁 (방송) 프라임 시간대로 옮겼다”고 해명했다.

국민은 국군의 의연하고 강력한 모습을 통해 그 위상을 확인함으로써 튼튼한 안보를 느낄 수 있다. 자식을 군에 보내고 많은 세금으로 구성한 군이 제 역할을 해야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그런 국군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국군 열병식과 시가행진이다. 따라서 저녁 시간에 가수들의 공연으로 대체하는 국군의 행사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국군의 날 행사를 축소하고 시가행진을 하지 않은 게 국방부 판단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더 높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한다.

축소된 국군의 날 행사는 어제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평화를 만드는 원동력은 강한 군이며, 강한 군대를 뒷받침하는 힘은 국민의 신뢰”라는 말과도 어긋난다. 국군의 사기가 꺾이고 있는 마당에 무슨 신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 떨어진 사기로 전쟁을 치를 수나 있을지도 의심된다. 이와 함께 같은 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6·25 전사자 유해봉환식을 가졌다. 물론 중요한 행사다. 하지만 그만큼 북한에 생존한 국군포로와 납치자들에 대한 정부의 조치도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