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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잡은 몰리우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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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4개 매치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유럽의 몰리나리(왼쪽)와 플릿우드 조. [로이터=연합뉴스]

4개 매치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유럽의 몰리나리(왼쪽)와 플릿우드 조.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골프에 ‘몰리우드’가 떴다. 1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르 골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끝난 유럽과 미국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6·이탈리아)와 토미 플릿우드(27·잉글랜드)를 조합한 이름이다. 몰리우드는 지난 28일과 29일 벌어진 포볼, 포섬 4개 매치에 한 조로 출격해 모두 이겼다.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라이더컵에서 명예 회복을 선언했던 타이거 우즈(43·미국)를 세 차례나 무릎 꿇리는 압도적인 퍼포먼스였다. 현지 관중들은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두 선수에게 ‘몰리우드’라는 별명을 지어준 뒤 노래도 만들어 불렀다. 미국의 ESPN은 영화 메카인 미국 할리우드와 인도 발리우드의 이름에 빗대 “몰리우드는 유럽의 새 블록버스터 조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유럽 맞대결 라이더컵 폐막 #몰리나리-플릿우드 조 4전 전승 #우즈가 세 차례 나선 경기 모두 이겨 #“유럽 골프 역대 최고의 조합” 평가

몰리나리나 플릿우드는 골프 황제 우즈나 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처럼 수퍼 스타는 아니다. 그러나 실력은 녹록지 않다. 몰리나리는 지난 7월 디 오픈 챔피언십 마지막 날 우즈와 한 조로 경기하면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롱게임과 쇼트게임 등에서 흠잡을 데 없는 선수로 꼽힌다.

몰리나리는 특히 2006년 마스터스에서 형 에두아르도 몰리나리의 캐디를 한 경력 때문에 화제가 됐다. 형제 중 누군가 먼저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캐디를 해 주기로 한 약속을 지켰다. 당시 형 몰리나리는 우즈와 1, 2라운드에서 함께 경기를 펼친 끝에 컷 탈락했다. 그러나 동생 몰리나리는 6년 뒤인 2012년 라이더컵 싱글 매치에서 우즈를 꺾었다. 우즈는 대회 마지막 날 존 람(스페인)과 1대1 매치플레이를 벌였다. (경기 결과는 https://www.joongang.co.kr 참조)

‘몰리우드’에게 3패를 당한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몰리우드’에게 3패를 당한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플릿우드는 긴 머리 때문에 ‘필드의 예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운동하기엔 다소 거추장스럽게 머리를 기르는 이유에 대해 그는 “아버지가 탈모 증상이 있는데 나는 머리카락이 있을 때 충분히 즐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플릿우드는 6월 US오픈에서 2위를 하는 등 메이저대회에서 자주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특히 아이언이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몰리우드는 첫날 포볼 매치에서 타이거 우즈-패트릭 리드 조를 꺾었다. 지난주 우승으로 사기가 오른 우즈와, 라이더컵에서 유난히 강해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을 얻은 리드의 조합을 누른 것은 유럽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유럽은 첫날 포볼 3개 매치에서 졌지만, 마지막 조인 몰리우드의 승리로 기사회생했다. 몰리우드는 또 두 선수가 번갈아치는 포섬 경기에서는 미국의 필승조 조던 스피스-저스틴 토머스를 5홀 차로 눌렀다.

둘째 날 포볼 경기에서도 타이거 우즈-리드 조를 다시 꺾은 몰리우드는 오후에 열린 포섬 경기에서도 우즈와 브라이슨 디섐보 조를 여유 있게 제압했다. 우즈는 이번 라이더컵 팀 매치에서 3번 나와 모두 몰리우드에 졌다. 우즈의 라이더컵 기록은 13승3무20패로 더 나빠졌다. 우즈는 “나는 경기를 꽤 잘 한 것 같은데 세 번이나 졌다. 두 선수의 팀워크가 좋아 이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몰리나리-플릿우드 조는 라이더컵 사상 처음으로 4차례 팀 경기에서 모두 이긴 유럽 팀이 됐다. 플릿우드 개인으로는 첫 4개 매치를 모두 이긴 유일한 신인 선수가 됐다. 두 선수가 다음 라이더컵에서 불화로 갈라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플릿우드는 “몰리나리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선수 중에서 가장 친한 정도가 아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몰리나리는 “우리는 함께 경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겸손하고 솔직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팬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다. 유럽 언론은 “몰리우드는 라이더컵의 전설 세베 바예스트로스-호세 마리아 올라사발(한 조로 참가해 11승2무2패)을 능가하는 역대 유럽 최고의 팀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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