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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노후 빈곤 부르는 다섯 가지 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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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명수

서명수

대부분의 노후 관련 설문조사에서 노후가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90% 넘는다. 동시에 노후 준비를 했느냐는 질문엔 70% 가까이가 ‘그렇지 못하다’고 답한다. 왜 노후를 걱정하면서도 준비는 소홀히하는 걸까. 노후준비를 방해하는 심리 다섯가지를 정리한다.

첫번째, ‘현상유지편향’이다.

퇴직연금은 가입자의 90% 이상이 일시금으로 찾아 쓴다. 운용 대상도 은행예금 같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원금을 지켜주는 상품 중심이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찾아 급한 대로 써버리면 노후에 어찌되는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리고 저금리가 장기화함에 따라 원금보장형의 쥐꼬리 만한 금리로는 노후에 쓸 연금을 만들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쯤도 안다. 그러나 주식이나 펀드 등 실적 배당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이야기를 언론 등을 통해 귀가 따갑게 들어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처음에 안전한 상품을 선택했던 사람은 죽으나 사나 안전상품 일편단심이다. 70%가 넘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그렇게 한다. 투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바로 이런 일시금 선호현상이나 안전제일주의 때문에 퇴직연금제도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똑같이 나쁜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그것이 적극적인 행동의 결과일 때 더 큰 책임을 느낀다. 능동적으로 행동했을 때 그 책임은 고스란히 자기 몫이지만 아무 행동을 하지 않을 때 책임은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아예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 말하자면 현상유지편향의 포로가 되는 것이다. 편향 수준이 “오늘 점심 뭘 먹을까? 에이 귀찮아 구내식당이나 가자” 정도에서 그친다면 별 문제가 안된다. 인생이 걸린 노후준비에서 현상유지편향에 말려들어 은퇴 후 삶이 빈곤에 허덕인다면 큰일이다.

사람들은 단기간엔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지만 장기적으론 하지 않은 행동을 더 후회한다. 퇴직이 임박했는데도 노후 준비를 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론 아무렇지 않겠지만 말년에 반드시 후회하게 돼 있다. 이를 역이용하면 노후준비를 방해하는 심리를 고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때 나타날 결과를 상상하는 것이다. 노년에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거나 운동 부족으로 건강을 잃게 되는 장면을 그리다 보면 평생 후회하며 사는 것보다 뭔가 하는 것이 더 나음을 깨닫게 된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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