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정출산 무더기 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원정출산을 위해 관광비자로 미국을 방문, 출산을 마친 한국 여성 10명이 '입국 목적과 체류 사유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때 미 이민당국에 무더기로 체포.구금됐다 조사를 받고 풀려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 원정출산을 주선했던 로스앤젤레스(LA)의 한인 브로커도 체포돼 이민국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이 원정출산을 목적으로 미국을 찾은 한국 여성들을 체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 사건을 계기로 국세청(IRS) 등 다른 연방기관과 합동으로 한인타운 내 산후조리원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에까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원정출산을 위해 LA를 방문한 한국 여성 10명은 지난 10일 LA 윌셔가(街) 소재 국무부 LA여권 발급 사무소에서 출생 자녀의 미국여권을 발급받으려다 원정출산 사실이 드러났다.

국무부 측은 이들이 여권을 신청한 자녀들의 주소가 모두 같은 점을 수상히 여겨 추궁한 결과 관광비자로 입국했음에도 실제 목적은 원정출산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민당국에 신고했다.

산모들은 심사 과정에서 원정출산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고 이민당국 측은 설명했다. 조사를 받은 산모들은 풀려났으며 이민당국은 이들에게 "6개월 내에 자진 출국하라"는 내용의 통지서를 발부했다.

미 이민당국 측은 "산모의 위법 사실이 드러나 신생아의 미국여권 발급이 보류됐다"며 "미국여권이 발급 안 된 신생아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려면 한국영사관에서 한국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모 가운데 한명은 최근 LA 한국영사관에 한국여권 발급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원정출산 사실이 드러난 산모는 이민당국의 블랙 리스트에 올려져 향후 미국 입국이 거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한국 여성이 묵었던 A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원정출산을 원하는 한국 여성들에게 가짜 여권과 비자를 발급하는 브로커를 체포하기 위해 미 이민당국이 조사를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미주본사, 로스앤젤레스=장연화.조택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