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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갱생 나쁘지 않아” 시진핑, 자립경제 강조

중앙일보

입력

26일 중국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시에 위치한 대표적인 중국 국유기업은 제일중형기계집단공사를 현지 시찰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방주의, 보호무역주의가 중국을 자력갱생으로 몰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신화사]

26일 중국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시에 위치한 대표적인 중국 국유기업은 제일중형기계집단공사를 현지 시찰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방주의, 보호무역주의가 중국을 자력갱생으로 몰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신화사]

25일 헤이룽장성 싼장(三江) 평원에서 식량 생산 현황을 둘러보며 식량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신화사]

25일 헤이룽장성 싼장(三江) 평원에서 식량 생산 현황을 둘러보며 식량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신화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자립경제를 뜻하는 ‘자력갱생(自力更生)’을 강조했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중국의 곡창이자 “공화국의 큰 아들”로 불리며 1949년 건국부터 개혁 개방이 시작되기 전까지 국내 산업을 선도하던 중국판 ‘러스트 벨트’인 동북의 헤이룽장(黑龍江)성과 지린(吉林)성, 랴오닝(遼寧)성을 시찰하는 자리에서다.

곡창·러스트 벨트서 “식량·실물경제·제조업 자립해야” #마오쩌둥 경제 구호 “자력갱생” 올 들어 두번째 언급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등 미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서 마오쩌둥 시기 자립경제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여론을 결집하고, 장기 항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26일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시에 위치한 중국제일중형기계집단공사(중국일중) 노동자에게 “일방주의와 무역보호주의가 증가하면서 중국을 자력갱생의 길로 몰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며 “중국은 결국 스스로 의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영상을 중국중앙방송(CC-TV)이 뉴스 APP를 통해 공개했다. 중국일중은 국가 기간산업 발전을 위해 1954년 세워진 국유기업의 맏형으로 철강·전력·에너지 등 중장비 등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국유기업이다. 시 주석은 현지 시찰 중 “중국의 먹거리는 스스로 지켜야 하고 실물 경제도 스스로 의지해야 하며 제조업도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며 식량·실물경제·제조업의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어떤 시기도 지금처럼 큰 도전과 곤란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고 미·중 무역 전쟁의 엄중함을 토로했다.

시 주석의 자력갱생 발언은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4월 26일 미국이 중국 통신기업 중싱(中興)에 부품 공급을 제한한 당일 우한(武漢) 펑훠(烽火)과학기술집단을 시찰하며 자력갱생을 외쳤다. 그는 “이들 핵심기술·관건 기술·중요장비는 반드시 자립해야 한다. 과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력갱생했지만, 당시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를 악물며 양탄일성(원자폭탄, 수소폭탄, 인공위성)을 개발했다”며 “우리는 또 다른 장점인 제도적 이점을 발휘하고 힘을 집중해 큰일을 해냈다. 사회주의가 어려우면 도처에서 도와줬다. 다음 과학기술 난관도 마찬가지다. 환상을 버리고 스스로 해내야 한다”며 자립을 강조했다.

‘자력갱생’은 마오쩌둥 경제 이론의 주요 내용이다. 1978년 개혁개방 전까지 중국은 현재 북한과 마찬가지로 폐쇄 경제를 고집했다. 당시 선전구호는 “자주독립, 자력갱생” 일색이었지만 개혁개방이 시작되고 외국자본을 받아들인 뒤 이런 구호는 거의 사라졌다.

딩이판(丁一凡) 칭화(淸華)대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자력갱생 정신은 과거와 같지만, 함의는 다르다”며 “중국이 무역 전쟁을 헤치고 첨단 기술을 개발할 경우 중국이 세계 일등 국가로 누구도 넘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딩솽(丁爽)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의 발언은 무역 전쟁의 고난의 기간 동안 대중의 확신을 고양하는 정치적 맹세”라며 “하지만 중국이 개방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제기한 “사회주의 항쟁” 발언에도 강하게 반박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데올로기로 편을 가르고 양대 진영의 대립과 대결을 조장하는 것은 냉전 시기의 일”이라며 “냉전 후 이미 30년이 지나면서 그 조류는 도도히 흘렀고 역사의 바퀴도 앞으로 나갔다. 세계 절대 다수의 나라 모두 시간을 거꾸로 돌려 과거로 돌아가길 바라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트럼프의 주장에 반박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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