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자기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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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시점에서 야당은 못 가진 자를 대변하며 선명하게 투쟁해야 하는가, 아니면 안정을 추구하며 집권에 대비해야 하는가.
6일 민주당 정책세미나에서 벌어진 이 뜨거운 토론은 야당의 변화하는 위상과 이에 따른 진통을 그대로 드러낸 느낌이다.
의원·원외 지구당위원장 등 1백60여명이 참석, 이틀동안 계속된 세미나 첫날 황병태 정책위의장은 발제연설을 통해 「개혁적 보수주의론」을 폈다. 그의 발제요지는 『민주당은 안정을 희구하는 중산층을 대변하며 보수세력을 흡수 통합해 집권대체세력이 되어야한다』 는 것.
그는 『이제 야당이 강경 일변도로 투쟁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은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약자와 소외계층을 대변, 투쟁하지 않는다면 야당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야당이 여당보다 더 정국불안을 염려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왜 중간평가에서 불신임투쟁을 벌일 것을 주장하지 않는가. 노태우 대통령은 12·12사태의 주역이며 5공비리에도 큰 책임이 있다』는 등등.
불의한 독재권력에 맞서 싸운다는 야당의 명분을 대변한 이같은 전통적 입장은 아직도 상당한 박수를 받았다.
황의장은 중산층 의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이들은 변화를 통한 안정을 원한다고 설명했으나 반대론자들의 저항은 여전히 강력했다.
이날의 논쟁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다시피 했던 원외 지구당의원장들의 불만표출의 측면도 없지 않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야당이 저마다 색깔과 목소리를 가져야하는 시대변화와 거기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보여준 측면이 훨씬 강했다.
세미나와 토론을 통해 당론이 어떻게 수렴될지는 봐야겠지만 이제 야당도 자기 목소리를 가진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될 때가 된 것 같다. 조현욱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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