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신지애 프로 첫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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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애야, 수고했다…." "아빠~."

우승이 확정되자 18세의 새내기 신지애(하이마트.사진)는 활짝 웃으며 아버지 신제섭(47)씨를 얼싸안았다. 프로 데뷔 세 번째 경기 만에 첫 우승. 눈물이 나올 법도 했지만 신지애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신지애가 21일 경기도 용인 태영 골프장에서 끝난 KLPGA투어 한국 여자오픈에서 3라운드 합계 11언더파로 크리스티 커(미국.9언더파)를 따돌리고 우승했다. 최종 3라운드에서 데일리 베스트이자 코스레코드인 7언더파를 몰아쳤다. 우승상금 1억원을 받은 신지애는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서며 KB스타투어 1차 대회 우승자인 라이벌 안선주(하이마트)와의 신인왕 경쟁에서도 한 발 앞섰다.

"뒷바라지해 주신 아빠께 감사 드려요. 언제나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계시는 '그분'께도 우승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고요." '그분'은 꿈에도 그리는 '엄마'다. 신지애는 2003년 11월 교통사고로 엄마(당시 43세)를 잃었다. 함께 차를 탔던 여동생 지원(15)은 팔과 다리가 부러졌고, 남동생 지훈(9)도 목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실려갈 정도의 큰 사고였다. 목사이던 아버지는 아들.딸의 간호를 위해 목회 일을 그만뒀고, 신지애는 그 후 1년 동안 병원에서 먹고 자면서 훈련을 거듭했다. <본지 2005년 6월 24일자 25면>

신지애는 LPGA투어에서 7승을 거둔 베테랑 커와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맞대결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커는 "한국 젊은 선수들의 기량은 정말 놀랍다. 초반에 상대를 압박하려 했지만 오히려 신지애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달아났다. 오늘은 신지애의 날"이라고 치켜세웠다.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신지애는 4, 5번 홀 연속 버디로 기선을 제압했다. 커가 14, 15번 홀 버디로 응수해 합계 8언더파 동타를 이뤘지만 16, 17, 18번 홀에서 3홀 연속 버디를 추가해 승리를 굳혔다. 보기가 한 개도 없는 완벽한 경기였다.

한편 신지애는 "아버지와 약속한 대로 우승 상금중 일부를 교회의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문현희(휠라코리아.5언더파)가 단독 3위, 최나연(SK텔레콤.2언더파)은 5위에 올랐다.

용인=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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