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의전’ 받으며 뉴욕 도착한 北 이용호

중앙일보

입력

이가영 기자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을 위해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지재룡 주중북한대사(왼쪽 세번째)와 함께 서우두(首都) 공항 귀빈실을 통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하며 ‘특급 의전’을 받았다.

이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오후 2시 40분쯤 중국 베이징발 에어차이나 ‘CA981’ 항공편으로 뉴욕 존 F.케네디(JFK)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항공기 도착을 앞두고 계류장에는 10대 안팎의 검은색 의전‧경호 차량이 대기했다. 이 외무상은 경찰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계류장에서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1층 입국장과 2층 출국장의 VIP 통로에서 진을 치고 있던 각국 취재진의 접근도 원천 차단됐다.

장관급 인사에게 제공하는 의전으로서는 이례적이다. 지난 5월 말 북한 최고위급 인사로 뉴욕을 찾은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과 같은 수준의 예우를 갖춘 셈이다.

이번 유엔총회에 쏠리는 세계적인 주목도를 고려해 통상 수준 이상의 경호와 의전을 제공했다는 해석이다.

이 외무상은 29일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그가 연설을 나흘 앞두고 도착한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9일 유엔총회를 계기로 이 외무상과 회담을 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정문 서명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장소를 논의하고 있으며 곧 발표할 것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과 이 외무상의 뉴욕회동이 북미 2차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무상은 이번 유엔총회 기간 평양선언의 성과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북미 간 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평양선언에 언급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발사대,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강조하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