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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인적쇄신 의결하자 김문수 "쫓겨날 사람은 김병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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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협위원장 전원 사퇴’라는 강수를 꺼내 든 자유한국당 '김병준호'의 인적 쇄신이 시작부터 치열한 기싸움에 돌입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오른쪽)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오른쪽)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전날 예고한 대로 10월 1일까지 당협위원장을 일괄 사퇴시키기로 의결했다. 전국 253곳의 당협위원회 가운데 사고 지역(22곳)을 제외한 231곳이 대상이다.

결론은 만장일치였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비대위원인 박덕흠 의원은 이날 공개발언에서 “당헌·당규를 확인해보니 당협위원장을 일괄사퇴시킬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한 뒤 “일괄사퇴 대해서는 우리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문수 전 경기자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에서 가장 먼저 쫓겨나야 마땅한 사람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이라고 정면 겨냥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당협위원장을 뚜렷한 이유 없이 한꺼번에 무조건 사퇴시키는 것은 폭거”라며 “지금은 제1 야당으로서 반(反) 김정은, 반 문재인 투쟁에 전념해야 할 때인데 한국당의 당협위원장을 무조건 전원 학살하는 만행은 그 자체가 가장 악질적인 이적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선고공판 판결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선고공판 판결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당 내부도 일부 친박계를 중심으로 “비대위 의도가 뭐냐, 칼날이 어디까지 향하나"라며 술렁이는 분위기다.

부산 지역의 한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비대위가 무슨 권한이 있다고 당협위원장을 일괄 사퇴시키나, 웃기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당 분위기가 요즘 괜찮았는데 이것 때문에 지지율이 다시 떨어지게 생겼다"며 "지역 민심을 추스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지역의 한 의원도 “당원의 의사도 묻지 않고 이를 그대로 받긴 곤란하다”며 “추석에 지역 당원들과 논의하고 대응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반발 움직임이 큰 파열음을 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당무 감사를 통한 당협위원장 교체는 예견된 수순이었기에 "백지에서 다시 그리자는 것일 뿐, 모든 당협위원장을 건드리는 일은 결코 없다"라는 비대위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적청산 없이 한국당이 거듭날 수 있겠나"라는 당내 공감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이 11년간의 여의도 생활을 접고 지난 7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우성빌딩으로 당사를 이전했다. 당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오른쪽)과 안상수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이 현판 제막식을 마치고 건물을 올려다 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이 11년간의 여의도 생활을 접고 지난 7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우성빌딩으로 당사를 이전했다. 당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오른쪽)과 안상수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이 현판 제막식을 마치고 건물을 올려다 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설사 비대위와 맞선다 해도 마땅한 구심점이 없다. 서청원ㆍ최경환 등 과거 친박계 좌장들은 당을 떠나거나 재판 중이다. 또 홍준표 전 대표나 김무성 의원 등도 현재 당협위원장이 아니기에 딱히 나설 명분이 없다. 공개적으로 반대에 나설 경우, 자칫 '구태'로 몰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칼날이 떨어지기 전까진 관망하는 분위기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는 단순히 인적쇄신을 위한 게 아니다. 당협 운영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당협위원장 재신임과 교체의 절차를 만든다면 당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당협 평가가 당의 뿌리 깊은 웰빙 체질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성운·성지원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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