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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에 수술 700번 맡긴 산부인과 원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울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남성 간호조무사(오른쪽)가 자궁근종 수술을 집도하는 장면. 지난 5월 한 언론사의 보도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울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남성 간호조무사(오른쪽)가 자궁근종 수술을 집도하는 장면. 지난 5월 한 언론사의 보도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울산의 한 대형 산부인과에서 4년 가까이 간호조무사에게 수백 차례 수술 봉합과 요실금 수술을 맡기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경찰청 의사 등 22명 기소 의견 송치 #울산 한 대형 산부인과에서 간호조무사가 #일부 수술 봉합, 요실금 수술 등 도맡아

울산지방경찰청은 울산 A 산부인과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수사한 결과 원장 B씨를 포함한 병원 의사 8명, 간호사 8명, 간호조무사 6명 등 22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20일 밝혔다. 이들 혐의는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의료법 위반 등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병원 의사들은 2014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제왕절개나 복강경 수술 시 봉합, 요실금 수술이나 여성 성형술 등을 간호조무사 C씨와 간호사 D씨에게 맡겼다. 수술·진료 기록지, 폐쇄회로TV(CCTV) 등으로 경찰이 파악한 것만 721회다. 이 가운데 C씨가 711회를 했다. 이 병원이 지난 4년 동안 한 수술은 총 4000여 건이다.

울산지방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울산지방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다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은 이들이 봉합 등을 할 때 수술을 보조한 방조 혐의를 받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의료 자격이 없는 일반인에게 환부 소독을 맡기기도 했다. B씨 등 의사 3명은 이런 무면허 의료행위에 따른 요양급여비 10억여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편취한 혐의도 있다.

병원에서 ‘안 실장’이라 불리던 C씨는 경력 10년 이상의 간호조무사로 원장 B씨의 제안을 받고 2014년부터 A 병원에서 일했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711회 수술 봉합 등을 했으며 일부 자궁근종 수술 시 개복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는 절개, 봉합 등 신체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경찰은 C씨가 월급 340여만원 외에 다른 대가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의사들이 간호사·간호조무사에게 수술을 맡기고 외래 진료를 봤다고 파악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간호조무사 C씨는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조사 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수술 후 부작용을 겪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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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병원 측은  “해당 간호조무사가 일부 부인과 수술에서 봉합, 드레싱 등을 한 것을 확인해 이와 연관된 대표 원장, 원장, 간호조무사를 퇴사 조치했지만, 제왕절개에서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없었다”며 “경찰 조사를 받은 다른 의료진 역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경찰 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경찰에 입건된 22명 가운데 11명은 병원에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

경찰은 다른 병원에서도 불법 행위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병원의 관행적·음성적 무면허 의료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실 출입자 기록 관리 철저, 수술실 출입구 CCTV 설치 의무화, 수술실 CCTV 촬영 허용 등을 법으로 정할 수 있게 보건복지부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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