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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내달 싱가포르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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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소가 잇달아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다음 달 싱가포르에 거래소를 연다고 19일 밝혔다. 싱가포르 거래소는 다음달 초 정식으로 운영을 시작하며 이달 19일부터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다.

코인원·빗썸 등 이미 해외에 법인 #국경장벽 없는 영역 … 규제도 덜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해외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인원은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코인원 인도네시아’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은 지난 7월부터 싱가포르에서 암호 화폐 거래소인 ‘비트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빗썸도 올 초 영국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태국, 일본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재 각국에서 거래사이트 운영을 위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다른 국가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시장 확대를 노린 것이다. 암호 화폐 거래는 국경의 장벽이 없는 영역이라 대상 지역에 제한을 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암호 화폐 거래소는 태생적으로 세계 시장이 무대인 영역”이라며 “국내는 규제 등 여러 가지로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해외에선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도 이유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고 암호화폐 공개(ICO) 금지 같은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주로 진출하는 동남아시아는 사업 환경이 좋다.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에서 암호 화폐를 포함한 블록체인 관련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태국도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를 제도권으로 들였다. 시중은행의 암호화폐 자회사 설립 허용 등 적극적인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두나무 설립자인 송치형 의장은 “신용카드 인프라가 없는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가 커졌듯이, 수많은 규제와 싸워야 하는 한국보다 기존 인프라가 형성돼 있지 않은 동남아시아가 암호화폐를 비롯한 블록체인 산업 발전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암호화폐 거래소의 해외 송금도 사실상 막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대표는 “암호화폐 거래로 오간 자금 일부에 대한 이른바 ‘검은 돈’ 우려는 타당하지만, 소명할 수 있는 자금도 보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엄격하지만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관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한국으로 앞다퉈 진출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달 초 ‘급증하는 중국 암호 화폐 거래소의 한국 진출 동향과 문제점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국회에서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 11일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 상공회의소 이사장은 ‘2018 한국금융포럼’에서 “현재 한국은 100여 개 거래소로 인해 투자자가 효율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거래소와 유사한 거래소 승인 절차를 마련해 투자자들에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암호화폐가 발행되고 쇼핑몰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에선 연말부터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티몬 창업자이자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 업체인 테라의 신현성 대표는 지난 14일 “올해 안에 티몬에서 암호화폐인 테라를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지나친 가격 변동성 때문”이라며 “택시 탈 때 2만원이던 가격이 내릴 때 3만원이 되는 현실 때문인데, 가격을 고정해 교환 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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