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전은 '강자들의 무덤'… 24일 서무상·이영구, 도전자 결정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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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40기 KT배 왕위전 도전자 결정전이 24일 충남 홍성군의 '그림이 있는 정원'이란 수목원에서 열린다. 대결의 주인공은 서무상 6단과 이영구 4단. 3개월에 걸친 험난한 예선전에서 조훈현.이세돌.최철한.박영훈.유창혁.조한승 등 숱한 강자가 모조리 탈락했다. 도검이 난무하는 예선의 숲을 돌파해 결승선에 선 두 얼굴이 신선하다. 이제 두 사람 중 '왕위 도전권'이란 마지막 그림을 그리는 기사는 과연 누구일까.

4강전에서 무명기사 서무상은 최철한 9단을 격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예 강호 이영구는 또 다른 신예 강자 홍성지 4단과 피나는 혈전을 전개한 끝에 반집 차로 승리했다.

도전자 결정전은 단판승부다. 승자는 왕위 이창호 9단과 타이틀을 놓고 5번기를 둔다. 서무상 6단은 이처럼 큰 무대 근처엔 아예 가본 적이 없다. 이영구 4단은 신예대회 우승컵을 놓고 결승전을 벌인 적은 있지만 역시 정규기전 도전자까지 된 적은 없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두 번 싸워 1승1패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에선 이영구가 앞선다. 한국랭킹도 이영구는 14위, 서무상은 33위. 체력도 19세의 이영구가 29세의 서무상보다는 유리한 입장이다.

서무상 6단은 "나는 약하다"고 수줍게 말한다. 도전권을 따낼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저 그렇게 저물어가던 서무상이란 무명기사가 지난 겨울 결혼한 이후 확 달라졌다는 주위의 평가다. LG배 예선 결승 진출에 이어 왕위전에서도 연속 역전승을 거두는 모습에서 생존을 위한 승부사의 투혼이 절실히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영구 4단은 도전권을 따낼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장고 끝에 "있다"고 대답한다. 겸손하지만 자신만만하다. 최철한 9단 대신 서무상 6단이 올라와서 좋겠다고 하자 "누가 와도 똑같다"고 말한다. 서무상과는 지난해 한국리그에서 한 팀이었기에 독특하고 전투적인 그의 바둑 스타일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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