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병준의 국민성장론, 좀 더 보완하고 내용 가다듬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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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제 ‘국민성장론’을 내놓았다. 대한민국 성장엔진을 되살릴 힘은 국민의 역량에 있으며, 자율 경제와 공정 배분이 답이라는 게 골자다. 경제의 주체는 국민과 기업이라는 점에서 ‘자율 경제’를 내세웠고, 일자리와 기회의 공정을 내용으로 하는 ‘공정 배분’을 통해 시장을 보완하는 철학도 담았다.

한국당의 국민성장론을 새로운 성장이론이라고까지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이제까지 제기됐던 비판을 한데 모아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좀 더 보완하고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따뜻한 보수’로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퍼붓기 복지’가 아니라 보수가 내세우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복지가 어떤 것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소득이 아니라 기업 투자가 성장의 원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은 돋보이는 대목이다. ‘세금주도 성장’ 식으로 예산을 과도하게 퍼붓는 정책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것도 적절한 지적이다. 시장원리에 어긋나지 않는 자율 배분의 질서를 강조한 것도 경제학의 오랜 가르침을 따른 것이다. 최저임금 책정 권한을 광역자치단체에 넘기는 것이나, 산업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노동개혁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자는 대목은 여야를 떠나 공감대가 많은 대목이다.

문제는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한국당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적절하게 견제하며 자신의 성장 담론에 대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한국당은 얼마 전 자녀 1명당 1억원을 지원하는 ‘출산주도 성장’을 내세웠다가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여기는 왜곡된 인식이라는 비판을 받자 은근슬쩍 ‘출산지원 성장’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국민성장론까지 그런 전철(前轍)을 밟는다면 한국당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