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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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뉴욕 맨하탄의 번화가를 지나다 보면 날렵한 경기용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방울모자를 쓰고 옷도 몸에 꼭 끼는 선수복 같은 것을 입고 등엔 예외 없이 룩색이 매달려 있다.
설마 자동차가 밀려드는 도심 한 가운데서 사이클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디스패처, 우편 급송 배달원들이다. 보통은 이튿날이면 틀림없이 우편이 배달되고, 좀 더 급한 경우는 당일로도 끝내준다. 오버 나이트 서비스라고 한다.
미국에는 이런 일을 하는 민간회사들이 적지 않다. 강사도 썩 잘 되는 모양이다. 우선 민간회사들은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서도 적은 비용과 친절, 신용 봉사를 생명으로 삼는다. 미국에도 엄연히 우정공사(USPS)가 있지만 민간회사들이 그 일의 90%를 떠맡고 있다. 소포의 경우 1971년까지도 우정공사가 75%의 몫을 차지했었는데 지금은 불과 5%로 줄어들었다.
공기업의 다양화는 오늘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영국의 노동당은 『보수당에 의해 이미 민영화된 기업은 앞으로 다시 국영화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당내 좌파들은 『사회주의를 그만둘 작정이냐』고 반발하지만 당은 못들은 체 한다.
미국에선 민영화의 바람이 형무소에까지 불고 있다. 정부가 형무소를 세우고 운영하는 쪽 보다는 민간에 남기는 편이 비용도 덜 들고 서비스의 질도 훨씬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민영 형무소는 12개 주에서 운영되고 있다. 수형자들도 만족한다. 정부는 뒤에서 계약대로 하는지 안 하는 지만 체크하고 있다.
형무소는 그렇다 치고 재판까지도 민간에 넘겨주고 있는 것은 좀 의외다 .필라델피아에 본부를 둔 주디케이트(Judicate) 사는 83년에 설립, 전국 41개 주에서 민간재판소(프라이비트 코트)를 열고있다. 이들의 사업모토는 「공정판결」. 원고나 피고, 모두 환영해 마지않는 일이다. 보험시비나 이혼 문제는 주로 민간재판소에서 다룬다.
근착 외국잡지에서 이런 기사를 읽으며 민영화는 남의 나라 문제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연히 정부가 떠맡고있어서 국민의 불편을 사고 있는 일들은 민주화 물결과 함께 민영화를 시도해 봄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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