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극성에 "아연실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얼마 전 부녀자 1백20명을 납치하여 유흥가에 팔아 넘긴 인신매매조직 5개파 24명을 적발했다는 보도를 보고 놀라움과 분노를 느꼈다. 20세기말 대명천지 밝은 날에 아직도 과거 암흑시대에나 있을 법했던 범행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은 실로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고 우리고유의 미풍양속을 짓밟는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이같은 일이 빚어지는 원인은 하늘에 비유되는 인간을 돈보다 값싸게 취급하는 물질만능풍조가 이 시대와 사회를 오염시키고 이에 편승하여 정신적 즐거움보다 관능적이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육체적 쾌락을 탐하는 사고방식이 독초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잘 살기 위해서는 남의 소중한 생명이나 순결까지 가벼이 여기는 현실과, 살기가 나아진 점을 이용하여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마시고 즐기는데 경쟁적인 투자를 하는 현실이 사람들의 입에서 말세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나오게 하는 것이다.
요즘은 한술 더 떠 젊은 여자들을 외국 환락가에 팔아 넘기는 경우까지 있다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의 꽃다운 소녀들이 돈과 육욕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이 비정한 현실을 일소하고 바람직한 윤리관을 다시 정립해 아름답고 건전한 사회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의해서는 첫째, 모든 사회적 문제의 독소인 물질만능·금전제일주의를 시급히 불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꾸준하고 효과적인 범국민적 계몽운동과 강력한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탈선 조장업체들에 대한 허가 및 영업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윤락가를 정화하고 이들의 변태영업행위 등에 대한 감독과 처벌을 더 한층 강화함으로써 이들이 발붙일 곳이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인신매매 행위에 대한 벌칙을 대폭 강화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원천적인 강경책을 수립해야할 것이다. 사회가 분화되고 성장하면 각종 바람직하지 못한 병폐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을 사고 파는 행위는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다.
몇 푼의 돈을 챙겨 얼마나 잘 살지는 몰라도 한 여성의 일생을 망치는 인신매매는 꼭 근절되어야 한다. 검찰과 경찰에서는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수사력을 집중하여 우리사회에서 인신매매조직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적발·엄벌하고, 또한 부녀자들도 걸려들지 않기 위한 자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옥희(부산시 괴정 3동 협진아파트 7동 307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