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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쓰지 마라" 아빠 말에 페친 끊어버린 대학생 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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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28)

페이스북에 관련된 다양한 SNS 교육이 늘면서 자녀와 SNS로 소통하게 되는 중장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한 도서관에서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받고 있는 장·노년층. [중앙포토]

페이스북에 관련된 다양한 SNS 교육이 늘면서 자녀와 SNS로 소통하게 되는 중장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한 도서관에서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받고 있는 장·노년층. [중앙포토]

박선호(54) 씨는 평소 페이스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뭔가는 있는 것 같은데, 이용하기가 간단치 않을 것 같고 개인 정보가 노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서울시의 50+센터를 방문했다가 SNS 교육을 받게 되었고, 그곳에서 페이스북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계정을 개설하는 방법, 친구 수락하는 방법 등 페이스북 이용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을 받고 본인의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니 군에 입대한 아들의 계정이 보여 친구 신청을 했더니 바로 소통하게 됐다. 요즘 군대는 보안 때문에 스마트폰은 가져가지 못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은 아니어도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하다. 그렇다고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어, 아들 잘 지내지” “응, 아빠 안녕” 등의 간단한 안부나 주고받는다. 지방 출장 중 근황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아들이 뒤늦게 “아빠, 얼굴이 피곤해 보여요. 건강 조심하세요.”라는 댓글을 달기도 한다.

페친 4개월 만에 확 달라진 아들

그런데 이렇게 페이스북을 이용해 소통한 지 4개월 만에 엄청난 변화가 나타났다. 사실 지금까지 박 씨는 아들과의 관계가 나빴다. 아들이 중학생 사춘기 때 서로의 소통 부족으로 깊어진 감정의 골이 군대 입대하기 직전엔 최악으로 치달았다. 박 씨도 아들과 대화하려고 노력했으나 막상 이야기하다 보면 욱하는 감정만 앞서고 항상 일방적인 훈계로 끝나기 일쑤였다.

이런 부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가끔 소통하는 자체가 커다란 변화였다. 아들이 휴가를 나오면 아빠와 침대에 나란히 앉아 서로 스마트폰을 보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만큼 친해졌다. 아들은 제대 후에도 아빠와 페북으로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

나이 든 사람이 SNS를 활용하여 젊은 세대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지만, 사생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한다. 박종근 기자

나이 든 사람이 SNS를 활용하여 젊은 세대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지만, 사생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한다. 박종근 기자

나이 든 사람이 SNS를 활용하면서 가장 큰 장점은 젊은 세대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즉, 사생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개입 여부를 잘 판단해야 한다. 페북 활동과 관련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게 좋은 이유다.

박 씨에게는 대학 4학년인 딸이 있는데, 아들과 달리  아빠의 페북 친구신청을 수락하지 않고 있다. “넌 왜 아빠 신청을 수락 안 해”라고 물으니 “아빠, 나도 내 사생활이 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심 섭섭했는데 친구로부터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는 서울 소재 명문 사립대학 3학년인 딸과 페친이다. 페친이 되면 다른 친구들과 대화하는 내용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대화 중에 왜 그렇게 욕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딸에게 별생각 없이 “대학생 여자애들이 왜 그렇게 욕을 하나. 좋은 말 좀 쓰라”고 이야기하자 딸은 바로 그날로 아빠와 페친 관계를 끊어버렸다. 박 씨의 친구는 페북에서 개입하지 말아야 할 딸의 사생활에 개입하는 바람에 사달이 난 것이다.

중장년 반퇴 세대가 자신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50대 중반이 되면 나의 삶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학창시절부터 시작해 첫 직장에 입사할 때의 마음, 처음 대리 승진했을 때의 기쁨,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 경험, 참으로 나를 힘들게 했던 선배와 동료들, 그리고 최근 나의 위치까지 찬찬히 생각해 보자. 현재까지 살아온 나의 삶이 만족스러울 수도 있고, 그냥 그럴 수도 있고, 또 후회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내 삶이 성공적이었다면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요인을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또는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준 동료가 있었다면, 그와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나의 장점 또한 계속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유튜브의 이용시간이 카카오톡의 3배 가량 높아진 이유엔 10대 아이들이 있다. 요즘 10대는 궁금한 것을 찾을 때 포털사이트가 아닌 유튜브에서 검색한다고 한다. [사진 pixabay]

유튜브의 이용시간이 카카오톡의 3배 가량 높아진 이유엔 10대 아이들이 있다. 요즘 10대는 궁금한 것을 찾을 때 포털사이트가 아닌 유튜브에서 검색한다고 한다. [사진 pixabay]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꼭 필요해지는 것들이 생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3D프린터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용어도 많고, TV 광고를 보면 도대체 뭔 의미인지 모르는 것도 있다. 요즘 10대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포털사이트가 아닌 유튜브에서 검색한다고 한다.

10대의 한 달 유튜브 이용시간, 카톡의 3배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8월 발표한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 현황을 살펴보면 10대의 한 달 유튜브 이용시간은 112억분으로 2위 카카오톡 25억분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 반퇴 세대가 유튜브 이용 방법을 모르면 10대 자녀와의 소통도 기대할 수 없다.

2018년 8월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10대 사용자의 앱 총 사용시간. [제작 와이즈앱, 제작 유솔]

2018년 8월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10대 사용자의 앱 총 사용시간. [제작 와이즈앱, 제작 유솔]

마지막으로 버려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고집과 아집이다. 물론 익숙한 것을 버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옛이야기를 한 토막 소개한다. 산에 오르던 중 강이 나타나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넜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이 뗏목을 메고 산에 올라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왜 뗏목을 메고 가느냐”고 물었더니 “강을 건너는 데 도움이 되었으니 혹시 몰라서 메고 간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젊었을 땐 고집과 아집이 경우에 따라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전혀 쓸데없는 것이 된다. 나를 돌아보고, 나의 삶을 새롭게 리셋해 앞으로 남은 생을 새롭게 맞이해야 할 것이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zang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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