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미국 무기 금수 비웃듯 F - 16 이란 판매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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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남미 베네수엘라가 자국이 보유한 미제 F-16(사진) 전투기를 이란에 팔 수 있다고 선언, 미국과 갈등의 폭을 더욱 넓혔다. 전날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무기금수 조치를 취한 것에 전면 대응한 셈이다. 지금 이란은 핵 개발 문제로 미국과 대치하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F-16 전투기의 이란 판매 가능성을 밝힌 이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인 알베르토 물러 로하스 장군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로하스 장군은 국방부에 "F-16을 통째로든, 분해해서든 외국에 팔고, 소련제 수호이-35기 전투기로 대체하자"고 제안했다.

로하스는 AFP와의 통화에서 "많은 국가가 이 전투기의 구입에 관심을 가질 것이며, 현재 이를 운용 중인 칠레 외에 아프리카 국가들과 이란도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1983년 미국에서 21대의 F-16을 구입해 운용해 왔다. 미국은 그간 전투기 유지.보수를 위한 각종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나 차베스 대통령이 반미 운동에 앞장서면서 최근 이를 중단했다. 이와 관련, 베네수엘라 외무부는 미국의 무기금수 조치를 격렬히 비난했다.

외무부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자위 능력을 빼앗고, 남미 국가를 공격할 정치적 환경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F-16 매매 당시 맺었던 계약을 깨려 한다고 공격했다. 매매 계약에는 F-16을 제3국에 넘기려면 미국의 서면 동의를 얻도록 돼 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베네수엘라에 무기를 팔지 않기로 한 건 이 나라가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베네수엘라가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된 이란.쿠바 등과 정보 교류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가 F-16을 다른 나라에 파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공식 요청할 경우 거부될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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