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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후각 능력 사람의 1만배…땅 속 흰개미도 냄새로 찾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8)

반려동물 보호자가 소유하고 있는 동물의 후각·청각·시각·촉각 등 감각기관이 어느 정도의 감지능력을 갖췄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동물의 행동 습성을 이해하고 보살피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냄새를 잘 맡는 동물을 대표하는 개는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1만배 이상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한다. [중앙포토]

냄새를 잘 맡는 동물을 대표하는 개는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1만배 이상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한다. [중앙포토]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냄새를 맡는 후각 기능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후각이 발달해 있지만 특히 개는 냄새를 잘 맡는 동물을 대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1만배 이상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하지만 과학적으로 근거를 찾아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개의 후각 능력은 코와 뇌의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가 코를 사물에 대고 킁킁거릴 때 콧구멍으로 들어온 공기는 냄새를 감지하기 좋게 그 안에서 더워지고 습기를 더해 후각상피에 접촉하게 된다. 후각상피는 겹겹이 말린 형태로 되어있는 콧속의 사골 코선반이라는 곳에 있는데 후각 능력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후각상피의 표면적이다.

이 표면적이 사람은 3~4cm² 정도지만 고양이는 21cm² 정도, 개는 품종의 크기에 따라 다르나 18~150cm²에 이른다. 또한 냄새를 수용하는 기관은 후각상피의 점막에 있는 섬모에 존재하는데 개와 고양이에서는 이 섬모가 길고 숫자가 많다.

이렇게 수집한 후각 정보는 신경을 통해 대뇌의 후각 망울로 전달된다. 후각 망울은 전달된 정보를 여러 가지 패턴으로 조합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크기는 후각 능력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중소형 견종인 비글의 경우 후각 망울의 크기가 뇌 용적의 0.31%인 0.18cm³이나 사람은 뇌 용적의 0.01%인 0.06cm³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도 사람과 개는 후각상피의 면적과 후각 망울의 크기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냄새를 탐지하는 능력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개의 뛰어난 후각 능력은 인간사회에서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위험물 탐지나 수색업무는 하는 군견과 경찰견, 산악 조난·건물붕괴·지진·눈사태 등으로 실종된 사람을 찾아주는 인명 구조견, 해외에서 들어오는 불법 농산물이나 식품·마약을 분별하고 문화재를 손상하는 해충을 탐색하는 탐지견 등이 대표적이다.

흰개미 탐지견들이 수원 화성 연무대 주변을 돌며 흰개미 탐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흰개미는 나무 안 쪽에 살아서 육안으로 피해를 확인하기 쉽지 않지만 개들은 발달된 후각을 이용해 흰개미가 뿜어내는 페로몬 향을 구분해 낸다. [사진 에스원탐지견센터]

흰개미 탐지견들이 수원 화성 연무대 주변을 돌며 흰개미 탐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흰개미는 나무 안 쪽에 살아서 육안으로 피해를 확인하기 쉽지 않지만 개들은 발달된 후각을 이용해 흰개미가 뿜어내는 페로몬 향을 구분해 낸다. [사진 에스원탐지견센터]

시력은 사람과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움직이는 물체에는 반응을 잘하나 멀리 있는 물체와 25cm 이내의 물체는 뚜렷이 구분하지 못한다. 고양이는 양안 시각이 130도로 사람과 비슷하지만 시야는 285도로 사람보다 훨씬 넓다.

개의 경우 시츄나 퍼그 같은 단두종은 양안 시각이 110도, 시야가 250도이며, 콜리나 아프간하운드 같은 장두종은 양안 시각이 80도로 매우 좁지만 시야는 290도로 넓다. 양안 시각이 좁다는 것은 물체를 입체적으로 보기에 한계가 있고 시야가 넓다는 것은 사냥감을 살필 때 효과적일 수 있다.

동물에서는 사람과 달리 망막에 명암을 구분하는 세포는 많으나 색을 구분하는 세포가 적어, 색깔을 구분하는 능력이 매우 약하다. 실험에 의하면 개는 사물을 청색과 녹색계통으로 보고, 고양이는 청색계통으로 본다고 한다. 그러나 망막의 반사판이 발달하여 빛을 모으는 능력이 뛰어나 야간시력은 사람의 5배 정도 더 좋아 야간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냥을 즐길 수 있다.

청력은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개와 고양이가 사람보다 가청범위가 넓다. 개는 65Hz~45kHz, 고양이는 60Hz~65kHz이고 사람은 20Hz~20kHz로 고양이가 가장 넓은 범위의 주파수를 들을 수 있다. 이는 고양이가 사냥을 위해 작은 설치류들이 초음파로 의사소통하는 것을 듣기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는 체구가 크거나 작거나, 귀가 섰거나 쳐졌거나 거의 모든 품종에서 청력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코 주변과 볼, 눈, 턱밑 등 안면에 있는 수염을 촉각 털이라 하여 대부분의 촉각을 담당한다. 바람의 방향, 물체의 상태, 공간의 구조를 파악하는 기능도 있어 신체를 보호하거나 활동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고양이의 긴 수염은 더욱 예민해 함부로 만지지 말고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미각은 혀에서의 느낌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지만 후각의 도움을 받아 맛을 더 느끼고 기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은 잘 발달한 후각을 중심으로 시각·청각·촉각·미각과 함께 감각기능을 조화롭게 활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후각 기능이 탁월한 개는 ‘세상을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코로 읽는다’라고도 한다.

신남식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nssh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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