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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의 추천위 구멍 … 재판관 위장전입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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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올해 4월 법원 내·외부 인사 9명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었다. 대법원장이 가진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별도 기구에 위임한다는 명분에서다. 이런 절차를 거쳐 김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후보가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인 이석태 변호사다. 하지만 이렇게 추천한 후보자가 위장전입 의혹에 휩싸이면서 추천위가 심사 과정에서 부실 검증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도덕성 요구되는 후보자 #이은애 5~7차례 위장전입 의혹 #“국민 눈높이 못 맞춘 부실 검증” #김기영은 청문회서 “송구” 시인

11일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이은애 재판관 후보자의 경우 5~7차례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자의 경우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발표한 ‘고위 공직 임명 배제 7대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 당시 청와대는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 재산 증식 ▶위장전입 ▶연구부정 ▶음주운전 ▶성범죄 전력자를 고위 공직 임명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위장전입에 대해선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나 자녀 학교 배정 목적으로 2건 이상’일 때로 구체화했다. 시점을 정한 것은 2005년 7월에 인사청문회 대상이 국무위원과 헌법재판관 등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은애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2007년 8월과 2010년 6월에도 자녀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 측은 “장남이 학업에 전념하지 않아 전학을 시키려고 친정에 전입신고를 했다가 다시 돌아온 적이 있다”며 “엄마의 조급한 마음에 장남과 진지한 협의를 하지 않고 신중하지 못하게 전입신고를 한 부분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 해석을 하는 헌법재판관에겐 일반 공직자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추천위가 제 역할을 못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법조계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사람 중심으로 추천위원들이 꾸려지다 보니, 법조인이 아닌 일반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추천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추천위원이었던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추천 대상으로 검토됐던 인물들이 어느 정도 위장전입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고위공직에서 배제하는 청와대의 기준과 상관없이, 5~7번이나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심 기록이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부분은 비판받을 만 하다”고 말했다.

이석태 후보자도 20년 전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를 구입하며 다운계약서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마련한 위장전입 기준은 여당도 지키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 헌법재판관 후보자 역시 7대 기준에서 언급한 시점(2005년 7월) 이후인 2005년 12월과 2006년 1월 자녀의 사립학교 진학을 위해 실거주지가 아닌 곳으로 주소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추궁을 받은 김 후보자는 “제 아내가 (저와 상의 없이 주소 변경을) 했던 부분이 있고, 제가 잘 몰랐던 부분도 있다”며 “국민 도덕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헌법에 따라 9명의 헌법재판관 중 3명은 국회가 선출하고,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지만 최종적으론 대통령이 임명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들 후보자가 7대 기준을 어겼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을 한다면 청와대가 마련한 기준이 무력화되는 것”이라며 “이런 모습에 대한 비판 의견을 청와대가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선욱·김영민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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