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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축구처럼!…바닥 털고 부활 기지개 켜는 베트남펀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베트남 펀드는 지난해 국내 펀드 시장의 ‘히트 상품’이었다. 연간 수익률이 평균 35.41%를 기록하면서 많은 돈이 베트남 펀드로 몰렸다.

10~30% 손실 기록했던 베트남 펀드 #최근 한 달새 0.99% 수익 ‘회복 흐름’ #신흥국 위기, G2 무역분쟁 잦아들며 #견조한 경제체력 부각, 주가 회복세 #미 금리 인상 변수, 상승 속단은 금물

 지난해 베트남 펀드에 몰려든 자금(순유입액)은 4613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순유입액으로 따졌을 때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국가별 단일 펀드로는 중국(2383억원)을 제치고 베트남이 가장 많았다.

 베트남 펀드가 ‘뜬다’는 얘기에 올 초 목돈을 넣었던 최모(46)씨도 그런 투자자중 하나다. 하지만 최씨는 여름 내내 속을 끓였다. 수익은커녕 20% 넘게 손실을 보면서다. 속이 상할까 싶어 한동안 펀드 계좌는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최근 소폭이나마 수익이 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수익률이 1%를 겨우 넘었지만 6개월 가까이 ‘마이너스(-)’였던 것에 비하면 다행”이라며 “돈을 좀 더 넣어야 하나, 아니면 은행 이자 정도에 만족하고 환매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베트남 펀드 수익률이 최근 반등하기 시작했다. [중앙포토]

그동안 부진했던 베트남 펀드 수익률이 최근 반등하기 시작했다. [중앙포토]

 베트남 펀드가 부활하기 시작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베트남 주식형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이 0.99%를 기록했다. 설정액이 10억원이 넘는 공모펀드를 대상으로 7일 수익률을 집계했다.

 평균 수익률은 아직 1%에도 못 미치는지만 베트남 펀드는 그동안의 손실을 조금씩 회복해 나가는 중이다.

 최근 한 달 ‘HDC 베트남적립식 증권투자신탁 1’은 2.62%, ‘삼성 베트남증권자투자신탁UH’는 1.87%, ‘유리 베트남알파연금저축증권자 투자신탁’은 1.79%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모두 지난 6개월간 수익률이 -10%를 밑도는 ‘마이너스’ 펀드였다.

 베트남 펀드가 반등을 시작한 건 최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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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초 베트남 주가지수인 VN지수는 1200선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위기가 불거지며 넉달 동안 하락세를 이어갔다. 7월 VN지수는 800대까지 미끄러졌다. 마이너스 펀드가 속출했다. 작게는 10%부터 많게는 30%까지 손실이 났다.

 속절없이 추락하던 베트남 VN지수가 이달 들어 900대 중반까지 회복했다. 바닥을 기었던 펀드 수익률이 반등할 수 있었던 이유다.

 김형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연초 대비 베트남 VN지수 수익률은 0.5%를 기록하며 그동안의 하락 폭을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 모인 수천 명의 베트남 축구 대표팀 환영 인파.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 모인 수천 명의 베트남 축구 대표팀 환영 인파.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했다. [EPA=연합뉴스]

 터키발(發) 신흥국 위기와 미ㆍ중 무역 분쟁 상황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현시점에 경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탄탄한 편인 베트남의 주가지수 반등 폭이 컸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4월 이후 신흥국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환율과 대외 변동성”이라며 “신흥국의 통화가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베트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베트남의 매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리라 예단하긴 아직 이르다.

 김형래 연구원은 “VN지수 반등의 성격이 추세적 상승일 가능성은 작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주기, 세계 과잉 재고에 대한 부담 등이 베트남 주식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베트남 펀드에 대한 적극적 투자보다는 보수적 접근이 아직 필요하단 시각이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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